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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계단

기사입력 2016-10-05 12:20

지난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쾌적한 전철을 탄다. 경로석은 한쪽에만 의자가 있고 다른 한쪽은 장애인 소형 전동차 거치대가 있는 칸이 많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인구가 많아지자 노약자석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앉아 있는 자리로는 가지 않으려 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눈을 감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지금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일꾼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나이이다 보니 피곤할 것이다.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어렵게 이 자리에 앉았고 지금 몹시 피곤합니다. 일어나고 싶지 않은 저도 괴로우니 제발 경로석으로 가주세요. 우리도 경로석 쪽으로는 가지도 않고 간다 해도 그 자리에 절대 앉지 않잖아요.”

할 수 없이 문 쪽으로 가서 서 있는데 어느 쪽 문이 열릴지 신경이 자꾸 쓰인다.

경로석에서는 자리 양보가 잘 이뤄진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연배 혹은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나 임산부,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젊은이들 자리에서보다 더 자연스레 이뤄진다. 물론 큰소리치는 늙은이도 있어 간혹 신문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빙산의 일각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한 정도다. 노인들은 전철을 공짜로 타는 것만으로도 미안해한다.

노인들은 부모를 봉양해본 경험이 있기에 오냐오냐 떠받들며 키운 젊은이들과 다르다. 모르는 어르신이라도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하고 말씀을 듣고 경청했다. 효와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다.

전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를 쳐다보니 마치 그림에서 보았던, 밝은 빛을 보고 그 빛을 따라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는 듯하다. 저 계단 위에 내가 소풍 갈 때 문 열고 나왔던 집이 있다는 생각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느리고 느린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답답해 불편한 무릎으로 한 칸 한 칸 빨리 올라도 간다. 그리고 매번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윗세대 봉양 잘했고 아랫세대에 치이는 알파고 시대에 플라톤 세대들을 노인의 날에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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