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예찬’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게으름뱅이들의 화려한 변명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나폴레옹, 피카소, 에디슨, 처칠, 루스벨트 등 유명 인사들이 ‘낮잠꾸러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 지도자를 이끄는 원동력 ‘낮잠’
수많은 낮잠 예찬론자 중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1874~1965) 전 영국 총리를 들 수 있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원동력이 ‘낮잠’이라고 했을 만큼 낮잠의 효과를 믿었고, 힘든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도 매일 낮잠을 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이 런던을 폭격할 당시에도 방공호에서 낮잠을 잤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어떤 상황에도 낮잠만큼은 빼먹지 않았다. 누군가 그에게 “낮잠을 자는 게 시간 낭비가 아니냐?”고 묻자, 처칠은 “낮에 잠을 잔다고 해서 일을 덜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런 생각이야말로 상상이라고는 모르는 아둔함의 극치다”라며 “무슨 일이든 최소한 하루 반나절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매일 점심과 저녁 사이에 낮잠을 즐겼던 그는 잠깐의 휴식을 통해 일에 열정을 발휘했고, 맑고 가벼운 정신 상태를 유지하며 전략을 짜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낮잠의 효능에는 혈압 감소, 심혈관 기능 강화, 기억력 증진, 스트레스 해소, 면역력 상승, 심리적 안정 등이 있는데, 처칠은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들을 잘 활용했던 것이다.
처칠과 동시대를 살았던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1882~1945)도 점심 후엔 꼭 30분씩 낮잠을 즐겼다. 그는 “30분의 낮잠이 밤의 3시간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는데, 실제로도 그 덕분에 매일 3시간씩 더 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루스벨트의 뒤를 이은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Harry Truman·1884~1972) 역시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눈을 붙였고, 중요한 연설을 앞뒀을 때는 15~30분 정도 잠을 잤다. 낮잠의 효과 중 하나는 집중력 향상이다. 트루먼의 경우 낮잠 덕분에 2시간이 넘는 연설이나 회의에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 작품에 창의력을 더하는 ‘낮잠’
수면 과학 연구 단체 ‘슬립 포 석세스(Sleep for success)’에 따르면 낮잠은 우리의 뇌가 사용하지 않는 부분을 활성화해 창의력을 높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 낮잠을 자고 나면 창의성과 관련한 우뇌의 활동이 급격히 활발해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예술가 중에서도 낮잠을 즐긴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천재 화가라 불렸던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는 아주 짧은 순간 낮잠에 빠지곤 했다. 주로 침대 옆에 양철판을 놓은 채 붓을 손에 들고 낮잠을 즐겼는데, 그가 잠든 시간은 손에 들고 있던 붓이 양철판 위에 떨어지며 소리가 나기까지 단 몇 초에 불과했다고 한다. 짧지만 양질의 잠을 잤던 덕분에 다시 상쾌한 정신으로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고 창의적인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좁은 문>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Andre Gide·1869~1951)도 낮잠 신봉자였다. 그는 매일 두 시간씩 때로는 그 이상 낮잠을 잤고 그런 자신의 일상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 그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프랑스 시인 샤를 페기(Charles Peguy·1973~1914)도 ‘수면은 신과 인간의 친구’라 표현하며 낮잠을 가까이했다.
◇ CEO의 성공비결 ‘낮잠’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저·2003)>에는 ‘아침 1시간은 낮의 4시간이다’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침잠을 줄여 그 시간을 활용하는 게 일의 효율을 높이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좀 더 살펴보면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낮잠의 도움을 받아라’라는 내용이 나온다. 아침형 인간으로 성공하려면 낮잠을 잘 자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핵심인 CEO 중에서도 자신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낮잠’을 꼽은 이들이 있다.
미국의 석유 갑부 존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 ·1839~1937)는 오후에는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반드시 30분 정도 낮잠을 잤다고 한다. 코까지 골며 단잠에 빠지곤 했던 그는 낮잠 시간만큼은 대통령이 불러도 응하지 않았을 만큼 철저히 지켰다. 그 덕분일까? 존 록펠러는 98세까지 장수하며 그가 쌓은 부를 누리고 살았다.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P&G(Procter & Gamble)의 회장 A. G. 래플리(A.G. Lafley·1947~)가 밝힌 성공 습관을 살펴보면 그에게도 낮잠이 성공의 열쇠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시간 30분 집중 후 반드시 15분 휴식을 취한다’, ‘하루 15분 산책으로 즐거움을 느낀다’ 등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성공 요인 중에는 ‘30분의 여유가 있다면 낮잠에 투자한다’는 내용도 있다. CEO 컨설팅그룹의 강석진(1939~) 회장은 과거 GE 코리아 회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점심 후 10분의 규칙적인 낮잠은 원활한 하루 스케줄과 아이디어 생산을 도와준다”며 낮잠의 효과를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신발브랜드 탐스 슈즈(TOMS shoes)의 CEO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1976~)는 한 인터뷰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최고의 방법은 모든 직원의 의견을 듣고 잠을 자고 난 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고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