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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보복

기사입력 2016-08-17 11:12

▲건청궁 옥호루. (최원국 동년기자)
▲건청궁 옥호루. (최원국 동년기자)
작가 김진명씨가 찾아낸 비밀보고서에 의하면 명성황후는 치욕적인 능욕을 당하며 죽었다고 한다. 일국의 욍비를 죽이는 것도 부족하여 강간과 屍姦을 하고 시체를 칼로 찌르고 불로 태워 연못에 버렸다니. 이는 1895년 10월 8일 새벽 경복궁 건청궁 곤녕합 옥호루에서 벌어진 일이다. 명성황후에게 어떤 일을 당했기에 일본은 이런 일을 한단 말인가.

명성황후에게 행한 보복은 균형에 심히 어긋났다. 류관순 열사도 기록에 의하면 10대의 어린 소녀가 만세를 부른 것에 대한 벌치고는 너무 가혹한 보복을 받았다. 몽둥이로 때리는 것과 손톱 발톱을 빼는 것은 약과이고 알몸으로 미꾸라지가 넘치는 물속에 집어넣는 등 차마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간적인 고문과 행위를 무수히 했다. 읽고 있으면 분노로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의병에 대한 일본의 처벌도 마찬가지이다.

동해보복법은 생명에는 생명으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동일한 상해(傷害)나 배상 원칙을 적용한 일종의 처벌법이다. 고대 함무라비(Hammurabi) 법전과 로마 성문법인 십이동판법(十二銅版法) 조항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제정된 목적은 보복의 악순환을 막고 억울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있었다. 인간은 동해보복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심하게 보복하는 경향을 지니는 것 같다. 경험론과 합리론 철학을 종합한 칸트는 철학이 의미를 가지려면 신이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생전의 행위를 심판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신이 있다면 자기가 받은 해보다 더 큰 보복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 관대하게 심판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두 세 배의 벌을 주지 않을까 여겨진다.

양심과 윤리가 인간이 괴물로 타락하는 것을 막아준다. 집단속에 있을 때 인간은 충분히 비인간적으로 바뀔 수 있다. 집단압력 속에 양심과 윤리가 마비된다. 독일의 아우츠비츠 포로수용소 사건과 일본의 마루타 실험, 감옥에서의 고문 등이 그 예이다. 언젠가 심판이 있고 그 누구도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동해보복 이상의 보복을 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용서해 주는 것이 최선이지만 최소한 동해보복 수준에서 그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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