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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란 없다

기사입력 2016-08-16 13:39

▲맑고 밝게 자라는 아이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조왈래 동년기자)
▲맑고 밝게 자라는 아이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조왈래 동년기자)
심리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 앨리스 밀러가 쓴 "사랑의 매는 없다"라는 책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매를 든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그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 아이가 억누를 수밖에 없던 흥분과 분노, 고통을 어른들은 모른다. 아이는 미움 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그것을 받아드리는 복종의 길을 택한다.

시간이 지나 어렸을 때 왜 맞았냐고 물어보면 "제가 잘못 했을 거예요 어릴 때 제가 장난이 심했거든요" 왜? 이렇게 되는가?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애정 어린 관심 대신 학대와 무시를 받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고통을 당연히 자기 잘못의 결과라고 받아드리는 데만 익숙해지고 자신의 감정이입 능력을 잃어버린다. 즉 자기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겪는 비극의 본질은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이중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알게 된지가 30년이 훌쩍 넘은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있다. 이상한 것은 그 집의 남편이 고위 공무원을 지낸 사람이다. 그런데 8살 아래 아내한테는 우리가 옆에서 듣기에도 지나칠 정도로 욕을 얻어먹는다. 반말은 당연하고 아내가 기분이 나쁘면 남편에게 " 너, 임마" 이런 수준이다. 우리 앞에서도 공공연히 남편을 구박하여 듣기가 민망할 정도다. 별로 잘못 하는 것도 없는데 남편이 말만하면 우리 앞에서도 말꼬리 잡고 행패 수준의 말을 한다. 남편이 어떻게 참고 사는지 의아했지만 젊은 아내와 사니까 사랑스러워 저런 욕도 애교로 듣나 보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남편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 지독히 매를 맞았다 했다. 스스로 죽으려고 목에 낫을 갖다 댄 적도 있었다. 강한 사람에게는 비굴하게 죽어지내는 것이 몸에 밴 습성이 된 것이다. 아내도 첨엔 시집 와서 박봉의 남편에 시동생 여럿 건사하느라 투정을 부렸단다. 점차 투정의 강도가 높아져도 욕설과 매에 길들어진 남편은 이걸 사랑으로 믿어 왔다. 이 책에서 "코란에 여성의 할례라는 잔인한 관습을 인정하는 구절이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그 의식이 계속되는 것은 할례를 당한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과거에 경험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던 고통을 딸과 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한

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에도 10살 무렵에 클리토리스를 제거당한 여성이 무수히 많으며 또 그들 중 다수는 이러한 관습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재혼한 남자가 의붓딸을 상습 성폭행했다. 아니 어머니가 왜 막아서지 못했는가? 어머니의 말에 맥이 빠졌다. "나도 그 남자가 무서웠어요. 말을 안 들으면 죽인다고 했어요." 어릴 때부터 폭력에 길들여지면 저항력을 상실해버린다. 이 책에서 히틀러, 스탈린도 어린 시절 폭력으로 자라 이중인격자가 되었다고 했다. 스탈린은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외동아들이었는데 매일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았다고 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아버지 손에 죽을지 모르는 목숨이었다. 그가 억눌렸던 극단적인 공포는 어른이 된 후 편집증, 곧 모든 사람이 자기 목숨을 노린다고 생각하는 망상으로 나타나 1930년 수백 만 명이 강제 수용소로 추방되거나 처형을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 동남아 등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면 답답하다. 때리고 학대하는 것이 너무 상습화 되어 있어 때리는 자도 맞는 아이도 길들여져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아직 매 맞는 아이가 많다. 매 맞은 아이가 자라서 또 매를 든다. 아무런 죄책감을 못 느끼는 게 문제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자랄 때 우리 아버지가 너무 무서웠다.  술만 먹고 오면 우릴 때렸다. 난 자식을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정말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때리지 않았다. 당대에 매의 뿌리를 끊은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니 할아버지가 위대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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