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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여행] (1)툭툭, 손님을 부르는 소리

기사입력 2016-08-16 13:35

▲라오스 거리에서 필자가 걸어가고 있다, (최은주 동년기자)
▲라오스 거리에서 필자가 걸어가고 있다, (최은주 동년기자)
라오스여행은 출발 이틀 전에 결정됐다. 딸 친구가 아파서 못가게 된 자리에 무임승차 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없었던 탓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길을 나섰다. 갑작스레 준비된 이 여행은 ‘꽃보다 청춘’에서 나피디가 비행기표 한 장 달랑 주고 킥킥거리며 웃던 그 여행을 닮았다.

밤비행기를 타고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 도착했다.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에 가기 위해서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공항에 도착해 호텔까지 택시를 탔다. 하룻밤을 보내고 비엔티엔에 가기 위해 여행자거리로 나섰다.   여행자거리는 한산했다. 짐을 들고 지나는 우리를 향해 툭툭이 기사가 “툭툭” 하고 속삭였다. 처음엔 그 소리가 우스웠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라오스 어디서나 툭툭이를 볼 수 있고 툭툭이 기사의 “툭툭” 소리에 “나이트 마켓, 하우 머치?”가 저절로 나와 흥정을 시작하곤 했다.

달러를 라오스 돈인 낍으로 환전을 해야 하는데 은행 문이 닫혀있었다. 생각해 보니 일요일이었다. 다행히 열려있는 환전소가 있어 환전은 어렵지 않았다. 100불을 환전하니 80만낍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손에 들어왔다.   방비엥으로 가는 버스티켓을 예약하고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여행사를 찾아다녔으나 문을 연 여행사를 찾지 못했다. 처음엔 어디든 있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한낮의 열기와 무거운 가방 때문인지 젖은 솜처럼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여행자거리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 도움을 청해보았다. 프론트에 있는 직원이 애써보았지만 빈자리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리를 잘 모르니 그 자리에서 맴도는 기분이었다. 툭툭이를 타고 트래블 에이젠시를 찾아볼까 하는데 툭툭이 기사와 말이 안통했다. 우리는 방비엥 가는 버스티켓 파는 여행사에 데려다 달라 하고 툭툭이 기사는 방비엥까지 자기가 가겠다는 것 같았다. 한참 말을 주고받았는데 서로 다른 말만 되풀이했다. 그 때 선한 인상의 흑인청년이 다가왔다. 툭툭이 기사와 우리의 대화를 들었는지 문을 연 여행사가 있다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툭툭이 기사는 눈 앞에서 손님 하나를 잃고 말았다.   흑인청년이 가르쳐 준 대로 걷다가 한글로 커다랗게 ‘방비엥, 루앙프라방 버스티켓’이라고 써 진 간판을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보니 한국식당이었다. 거기서 1시반 티켓을 예약하고 라면과 라오스 볶음밥으로 점심까지 해결했다.   약속한 시간에 미니밴 기사가 빈차를 가지고 나타났다. 우리 들만 가게되나 했는데 여행자거리 골목골목을 누비며 예약된 사람들을 태웠다. 한인 식당을 통해 예약해서인지 하나같이 한국 사람들이었다. 미니밴 하나를 가득 태운 후에 출발한 차는 버스와 택시, 자전거와 오토바이, 경운기와 소들이 함께 달리는 2차선 도로를 마구마구 달렸다. 추월에 추월을 반복하는 아찔한 운전에 눈을 감을 수도 뜰 수도 없는 난감한 상태로 4시간을 달렸다.

구불구불 산길을 거쳐 방비엥에 도착하니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어질어질했다. 허리가 44 밖에 안돼 보이는 기사는 도착하자마자 얼른 밴 위로 올라가 어마어마한 무게의 트렁크들을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트렁크를 받아 든 여행객들은 바삐 사라졌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나 두리번거리는 우리 곁에서 “툭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리버뷰 방갈로, 하우 머치?” 라오스에서 처음 올라탄 툭툭이는 먼지를 일으키며 소박한 시골마을을 가로질러 달렸다. 툭툭이를 타고 방비엥 마을을 달리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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