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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잘 자기 위한 나만의 비법] 열차숙면

기사입력 2016-08-04 18:10

▲오수 중인 잠자리. (손웅익 동년기자)
▲오수 중인 잠자리. (손웅익 동년기자)
수십 년 건축설계를 하면서 언제나 잠에 늘 허기졌다. 학창 시절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설계과제 때문에 수시로 밤을 새웠다. 건축 작품전을 준비할 때는 몇 달씩 집에 들어가지 않고 써클 룸에서 먹고 자면서 전시 준비를 했다. 건축설계사무실 도제 생활을 할 때도 야근과 철야를 반복했다. 건축설계 사무실을 개업하고 나서는 밤을 새는 날이 더 많았다. 지금처럼 컴퓨터로 도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손작업으로 도면을 그려야 하므로 절대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착공 날짜에 맞추어 도면을 납품하려니 야근 철야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형상공모를 할 때는 납품 전 며칠간은 직원들이 전부 집에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 공사감리를 다닐 때도 새벽에 움직여야 한다. 현장은 보통 새벽 일찍 일이 시작된다.

필자는 젊은 시절 술을 많이 먹고 다녔다. 먹는 양도 많았고 술자리 횟수도 잦았다. 술자리는 언제나 새벽이 가까워져야 끝이 났다. 새벽에 집에 들어가서 잠시 눈 붙이고 출근하곤 했으니 늘 잠이 부족했다. 종일 숙취로 헤매다가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 또 술 생각이 나곤했다. 어디선가 걸려올 것 같은 술 전화를 기다리다가 급기야 참지 못하고 필자가 전화를 돌리곤 했다. 그렇게 술을 먹고 다녀도 지각은 안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니 늘 잠이 부족할 수밖에….

요즘엔 밤늦게까지 술도 거의 먹지 않는다. 아침에 좀 느긋하게 움직여도 되지만 해가 뜬 후 집을 나서는 것은 영 어색해서 요즘도 새벽에 출근한다. 대체로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을 못 잔다. 건축을 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지만 그 전날 술자리가 늦었거나 잠을 잘 못 잔 날 새벽에는 정말 힘든 경우가 있다. 이렇게 늘 잠이 부족한 상태인데도 예민한 성격의 필자는 평소에 잠을 잘 못 잔다. 잠이 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많다. 잠이 깊게 들지도 않는다. 자다가 몇 번씩 깬다. 젊어서는 잠 잘 시간이 없어서 못 잤지만 지금은 불면증 증상으로 잘 못 잔다.

이렇게 잠이 부족한 필자에겐 특별하게도 숙면을 취하는 환경이 딱 하나있다. 흔들리는 열차다. 물론 지하철도 해당된다. 지방 출장을 다닐 때는 꼭 열차를 이용한다. 열차를 타자마자 골아 떨어진다. 부산 출장을 갈 때는 잠을 제대로 잔다. 누군가 깨워서 일어났더니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내리라고 한 적이 있다. 열차가 부산 역에 도착한 지 오래 지나 승객들은 전부 하차하고 필자 혼자 텅 빈 객차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출근길 지하철 소요시간이 40분 정도 되는데 자리에 앉으면 내려야 하는 역까지 푹 잔다. 다음 정차할 지하철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은 의외로 데시벨이 높다. 지하철 객차 안의 소음도 많다. 그런데 가는 동안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숙면 상태를 취한다. 더 희한한 일은 내려야 하는 역 이름이 나오는 방송은 꼭 들린다는 것이다. 수 년 동안 이렇게 지하철 숙면을 취하면서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경우가 딱 한 번밖에 없었다.

잠은 길게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숙면이 필요하다. 그래서 불면증에 시달릴 때는 지하철로 출퇴근한다. 비슷한 시간에 출퇴근 하는 사람들 중에 필자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완전 꿀잠에 빠진 머리 희끗희끗한 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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