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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본 오페라 ‘투란도트’

기사입력 2016-08-01 15:04

▲영화 ‘투란도트’ 한 장면. (조왕래 동년기자)
▲영화 ‘투란도트’ 한 장면. (조왕래 동년기자)
필자의 문화 수준을 높여보시라며 아들이 푸치니의 ‘투란도트’ 티켓을 보내왔다. 그런데 흔히 보던 뮤지컬이나 영화, 연극이 아니고 극장에서 영화로 보는 오페라라고 했다.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가끔 오페라를 관람했지만, 영화로 보는 오페라는 어떨지 호기심이 들면서 혹시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에 좀 걱정되었다.

주세페 푸치니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아름답고 유명한 오페라 작품을 많이 남긴 작곡가이다. 그를 생각하면 ‘나비부인’의 기모노 입은 가련한 여주인공 모습이 애틋하게 떠오르기도 하고 토스카에서의 ‘별은 빛나건만‘이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어떤 갠 날‘의 주옥같은 아리아가 귓가를 맴돌기도 한다. 독특한 점은 푸치니가 동양의 이국적인 소재를 즐겨 썼던 것 같다. 나비부인도 일본 여성이 주인공이고 오늘 본 투란도트도 중국 북경이 무대이다. 우리나라도 풍부한 소재가 있는데 작품이 되었다면 좋았을 걸 아쉬운 생각이 든다.

장소는 메가박스로 여러 곳의 극장 중에서 필자는 집에서 버스 한 번으로 갈 수 있는 센트럴 점으로 인터넷 좌석예약을 했다. 요 며칠 뜨거운 날씨로 무더웠는데 강남의 센트럴시티는 별천지처럼 시원하고 쾌적했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했기 때문에 길게 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어 좋았다. 재미있는 영화도 많을 텐데 영화로 보는 오페라에 사람들이 올까 의아했지만, 가격이 3만 원인데도 입장하는 줄이 길었고 대부분 좌석이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관람하러 왔다. 좌석도 넓고 안락했으며 팔걸이 부분이 선반처럼 넓어 많은 사람이 음식이나 음료 준비해 와서 먹고 있었다. 필자도 다음에 올 땐 커피와 샌드위치 정도 준비해 와야겠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가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마지막 작품이다. 거의 완성되었지만 끝내지 못하고 3막 마지막 장면은 제자 프란코 알파노가 마무리해서 공연했다고 한다. 초연하던 날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푸치니가 작곡한 3막 ‘류의 죽음’까지 지휘한 후 지휘봉을 놓고 관객에게 돌아서서 “마에스트로가 작곡한 것은 이 부분까지 입니다.” 라고 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시간이 되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직접 오페라에 온 것처럼 극장 무대가 보였고 수많은 관중이 3층, 4층까지 꽉 찬 공연장이 나왔다. 여성 해설자가 나와 이 오페라에 관해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많은 인원의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소개되고 드디어 영화 속에서 막이 올랐다. 직접 공연한 무대를 찍은 작품으로 오페라의 규모가 엄청났다. 중국이 배경이라 동양의 기와를 얹은 크고 높은 문이 무대로 웅장함과 화려함이 돋보였다.

투란도트는 중국의 공주 이름이다. 별명으로 얼음공주라 불리는 투란도트는 예전에 궁전에 쳐들어온 타르타르국 젊은이에게 어머니가 능욕당하고 죽은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복수심으로 남성을 혐오하고 결혼을 기피한다. 그런데도 아름다운 투란도트에게 구혼하는 왕자들이 줄을 잇자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어 답을 맞히면 결혼하겠지만 못 맞추면 죽이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많은 남자가 도전했다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페르시아 왕자가 사형당하는 날 인파가 뒤덮이고 그 곳에 나라도 잃고 눈까지 먼 쫓기는 신세인 타르타르 왕을 이끌고 노예 ‘류‘가 나타나는데 또한 헤어졌던 타르타르 왕자 ’칼라프‘와 만나게 된다. 노예 ‘류’는 왕자를 사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페르시아 왕자의 사형장에 나타난 투란도트 공주를 본 왕자 ‘칼라프’는 그녀에게 한눈에 반해 아버지와 ‘류’의 반대에도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칼라프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모두 풀었다. 첫 번째 문제는 어둠을 비추고 다음 날 없어지는 것은? 희망. 두 번째는 태어날 때는 뜨겁다가 죽을 때는 차가워지는 것은? 피. 세 번째 그대에게 불을 붙이는 얼음은? 투란도트였다. 칼라프가 세 문제를 다 맞혔음에도 공주는 아버지에게 이방인과 결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황제는 네가 한 약속이니 지키라 하고 칼라프는 투란도트에게 동이 트기 전까지 내 이름을 알아내면 결혼을 취소하겠지만 못 알아내면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투란도트는 노예 ‘류‘를 고문하며 이름을 알아내려 하지만 칼라프를 사모하는 ‘류’는 왕자를 위해 자결하고 만다. 칼라프는 류의 죽음을 애도하며 투란도트의 냉정함을 탓하고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밝힌다. 투란도트는 류의 죽음으로 세상에 진정한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닫고 얼어버린 마음이 풀린다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인터미션시간에 우리 관객에게도 중간휴식시간이 주어졌다. 독특한 방식이다. 오페라는 3시간 넘게 3막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시간 동안 혼신의 노래를 펼치는 배우들이 너무나 멋져 보였고 그들의 음악 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나오니 영화관 관객석 여기저기서 실제 오페라에 온 것처럼 박수가 터졌다. 필자도 큰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박수를 보냈다. 영화로 본 오페라도 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며칠 후에는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를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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