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참 아름답다. 가지런히 역삼각형으로 내려오는 새하얀 동정 깃에 고운 빛의 저고리와 치마가 이루는 조화는 세계의 어느 나라 드레스에 비할 바 없이 멋지다. 예쁜 색상과 날렵한 선도 멋지지만 음식을 많이 먹어도 배가 감춰지는 치마의 풍성함도 좋다. 그러나 제대로 갖춰 입으면 행동하기에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어 상용하는 옷이 되기에는 힘들다는 생각으로 명절 때나 찾아 입게 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리에서 한복 입은 아가씨가 눈에 띄인다. 특히 서울 삼청동부터 광화문까지 거리엔 한복을 차려입은 아가씨가 많이 보인다. 삼청동, 광화문뿐 아니라 인사동 근처에서도 한복 차림의 젊은 여성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본 지자체가 관광지에서 일부러 기모노(着物)를 입고 다니게 해 그곳의 명성을 높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한국의 한복 아가씨도 특별히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아름다운 한복을 선보이려고 서울시가 진행하는 행사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특정 지자체가 입혔다고 생각한다면 이들의 한복 차림엔 큰 문제점이 있다. 대부분 한복 아가씨가 단정하게 머리도 땋고 댕기도 들였으나 그중 일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머리는 산발한 듯 풀어헤치고 치마의 뒷부분은 여미지 않은 채 벌어져 속에 입은 청바지가 훤히 나타났다. 이렇게 입을 거면 입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기자는 당연히 이 일을 벌인 곳이 서울시라고 여기고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보았던 보기 싫은 모습에 대해 주의해 달라고 건의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산콜센터에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부 소속 어느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지만, 그곳에 문의해 봐도 거리의 한복 아가씨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한다.
그러면 거리에서 보이는 수많은 한복 아가씨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러던 중 인사동에 갈 일이 생겨 창덕궁 앞 정류장에 내렸는데 마침 한복 입은 아가씨들이 많이 눈에 보였다. 앞쪽에 즐겁게 깔깔대는 예쁜 한복 아가씨 세 명에 다가가 “궁금한 점이 있어요.” 하며 말을 걸었다.
이렇게 한복 입고 다니는 이유에 관해 물었더니 자기들은 강원도에 사는 대학생인데 서울에 놀러 와 한복 체험을 하는 중이라 한다. 안국역 근처에 한복 대여해 주는 집이 있어 돈을 내고 한복을 빌려 입었다고 했다. 한복을 입으면 고궁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고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재미있다고 웃는다. 아르바이트가 아니고 자발적으로 한복을 빌려 입고 하루를 즐기는 당당하고 멋진 젊은 여성들이었다.
기왕 빌려 입고 즐길 것이면 단정하게 입고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복을 입은 것도 고맙고, 이상하게 입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지적질 대신 칭찬만 해줬다. 아울러 기자의 궁금증을 풀어 준 세 명의 예쁜 대학생이 즐거운 한복 체험을 했기를 바란다. 흔쾌히 포즈도 취해 준 학생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잘 살기를 기원하며 오늘의 나들이를 마쳤다.
[경봉궁 부근서 한복대여점 삼삼오오 운영하는 정병훈 대표 일문일답]
-젊은이들이 한복 입기에 열광하기 시작한 시기는.
“3~4년 전부터다. 한복을 입고 에펠탑을 비롯한 유명한 여행지 앞에서 사진을 찍은 뒤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는 것이 인기를 끈 것이다.”
-대여 비용만 30만원은 넘는데 한복을 왜 굳이 가지고 가는 걸까.
“일종의 놀이다. 재미있으니까 돈을 기꺼이 낸다.”
-외국인 여행객과 한국 학생 중 어느 쪽이 더 큰 고객인가.
“못 믿겠지만 한국 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