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계 명장 1호, 장성원
사람의 손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손의 모양과 거친 정도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말이다. 사랑하는 이를 만지고, 일을 하기 위해 도구를 잡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성취를 할 때 함께 했던 손. 인생의 모든 일에서 손은 그 주역이었다. 손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도록 하겠다.<편집자주>
대한민국 시계 명장 1호 장성원(張成源 ·63). 선 굵은 이목구비와 큰 목소리에서 남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지만 손에서는 그것을 찾아볼 수 없다. ‘여자 손’이라고 불릴 만큼 보드랍고 섬세하기 때문이다. 시계와 함께한 세월도 40년이 훌쩍 넘었다. 재산과도 같은 손으로 좁쌀보다 작은 부품까지 직접 만들어 이제는 못 고치는 시계가 없다는 장씨. 그 섬세한 손 하나로 ‘먹고 산’ 명장 장성원의 손에는 특별한 무엇이 담겨져 있다. 오랜 세월 핀셋을 잡은 탓에 오른쪽으로 휘어버린 오른쪽 검지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손에는 시계 명장 40년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손이 하는 일
시계를 만지는 작업을 가장 많이 해왔다. 시계를 수리하거나 그것을 위한 부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은 손주를 키우는 데 쓰기도 한다. 손주의 응가를 치워주거나, 간식을 먹이기도 하고, 목욕도 시킨다. 지인들과 악수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일을 할 때 내 손은
부품을 제작할 때 남다른 손의 역할이 있는 것 같다. 손이 커도, 투박해도 안 된다. 시계 작업을 하는 손으로써 지금 생각해보니 내 손이 작업을 하기에 적합한 것 같다. 이 일을 오랜 시간 하면서 더욱 진화한 것 같다.
내 손이 가장 많이 닿는 물건
핀셋과 바이트다. 핀셋은 시계를 수리할 때 사용하는 것이고, 바이트는 절삭공구로 쇠와 철을 깎아낼 때 사용한다. 특히 핀셋은 나에게 또 하나의 손이라고 할 만큼 많이 사용한다.
내 손을 어떻게 관리하나
내 일에 있어서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 신체부위는 손과 눈이다. 눈으로 정확하게 판단해서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독 손톱을 자주 깎는다. 너무 짧아도, 너무 길어서도 안 된다. 항상 적당한 길이를 유지해야 작업을 할 수가 있다.
결과물에 화가 날 때
시행착오가 없었다면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견본이 있는 제품 같은 경우 일을 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손이 두 배로 많이 간다. 그래도 역시 만들고 나면 조금 더 손질하고 싶은 아쉬움이 많다. 그래서 한두 번 더 손길을 주곤 하는데 가끔 그것이 과해서 시계로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화가 난다. 과유불급인 것 같다.
내 손이 자랑스러운 순간
고장 난 시계를 수리하기 위해 시계의 본사인 외국에 의뢰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 하지만 부품이 없어 고칠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럴 때 고객들이 찾아오는데 이러한 시계의 부품을 만들어 시계를 살려냈을 때 그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내 손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낀 순간
아주 정밀한 작업을 할 때다. 내 손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을 핀셋이라는 또 다른 손으로 구현하는데, 이것이 작업에 따라 알맞게 제작돼야 한다. 작업에 맞는 핀셋을 제작하고, 이것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때 내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 사람의 손을 갖고 싶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손을 갖고 싶다. 특히 색소폰 연주자들의 손이 부럽다. 그래서 요즘 배우려고 하고 있다.
내 손에게 부족한 것
마사지와 휴식이 부족하다. 계속 일만 시키니 미안하다. 정말 내 손은 고생이 많다.
내 삶에서 손이란
사랑이다. 손을 통해 모든 것을 이뤄왔다. 자식들 올바르게 키우고, 안아주고 스킨십 하는 데 모두 손이 없이는 힘들었다. 일도 가족도 모두 내 두 손으로 지켜냈다.
앞으로의 계획은
도예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 정교한 작업을 해야 하는 도예와 시계 작업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와 함께 지금 하고 있는 성당 봉사를 이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