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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 35명의 한국 지성인을 통해 만나는 <한국 철학사>의 저자 전호근 교수 인터뷰

기사입력 2015-11-05 07:43

원효 이래 1300년에 걸친 한국 철학사를 강의를 하듯 현대적 언어로 쉽게 풀어낸 <한국 철학사>. 저자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역사적 인물 35명의 삶의 철학을 비롯해 성리학과 양명학, 서학과 동학 등 대립하는 철학의 주요 개념과 차이까지 설명한다. 아울러 유학, 불교, 도교, 동학, 마르크스주의 철학, 기독교 사상의 개념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철학의 전체상을 그리고 있다.

▲<한국 철학사>의 저자 전호근 교수와 책의 표지(메멘토 출판사 제공)
▲<한국 철학사>의 저자 전호근 교수와 책의 표지(메멘토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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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계획하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완성하게 됐나요? 또, 두세 권으로 나누어 낼 수도 있었을 텐데, 총 800페이지가 넘는 한 권의 책에 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대학에 있지만 시민강좌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한국철학이라는 주제는 그다지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었습니다. 2012년에 동대문정보화도서관에서 한국철학을 주제로 40회 강의를 진행했는데, 100명 가까운 분들이 오셔서 많이 놀랐습니다. 그때 메멘토 출판사 대표가 제 강의를 모두 듣고 녹음한 내용을 풀어서 책으로 펴내자고 제안해서 그것을 토대로 집필한 겁니다. 896쪽 분량이니 조금 두꺼운 편이지만, 여러 권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한 권으로 엮는 것이 단숨에 읽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서양 철학서가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한국 철학사>가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한국철학을 정리하면 한마디로 ‘통합과 포용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한국철학사를 읽으면 현대 한국인들이 마주한 온갖 어려움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지눌의 글을 읽으면 내 마음속에 있는 미움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그로 인해 미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박지원의 글을 읽으면 부자간의 사랑이나 형제간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혹 가족 간의 다툼을 경험해 본 분이 계신다면 이 책을 읽고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오래된 지혜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원효와 의상, 균여와 의천, 정몽주와 정도전, 박지원과 정약용 등 우리 철학사의 라이벌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사유를 비교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화두가 되고, 사고를 할 만한 두 인물로는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꼽으라면 박지원과 정약용을 비교하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박지원과 정약용의 경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와 삶의 태도, 정치적 입장 등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지만 두 철학자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각 거리를 던져줍니다.


18장 조식의 이야기에 ‘100권의 책을 한 번씩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100번씩 읽는 것이 나은 것 같다’고 나옵니다. 그동안 가장 많이 읽었던 책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으려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공이 아닌 경우에는 한두 권이라 하더라도 즐겨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논어>, <맹자>, <장자>를 가장 자주 읽었습니다. <논어>는 일상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기 때문에 늘 곁에 둡니다. <맹자>를 읽으면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또, <장자>는 철학우화집인데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양도 많고 조금은 어려울 수 있을 텐데요. 일반 독자들을 위한 독서 방법을 추천한다면?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강의하듯 풀어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양도 한국철학의 장구한 역사에 비하면 오히려 짧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연대기 중심의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읽을 때 굳이 앞에서부터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펼쳐서 읽으시기 바랍니다.


영향을 받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지.

저는 철학이 삶에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같은 철학 전공자는 철학에 봉사해야겠지만, 결과물은 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정약용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정약용은 18년간의 유배가 말해주듯 세상에서 완전히 버림받은 지식인이었지만 한 번도 세상을 잊은 적이 없었던, 지식인의 책임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학자이니까요.


△저자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주 장자>, <공자 지하철을 타다>, <장자 강의>, <맹수레 맹자>, <철학사가 사랑한 그림>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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