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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자문단 칼럼] 자귀나무와 부부 금슬

기사입력 2014-06-28 17:56

안영희 중앙대 교수

우리나라 7월은 본격적인 여름더위가 지속되는 시기이다. 지루한 장마는 아직 계속되고 기온은 연일 30℃를 오르내린다. 이맘때가 되면 공원이나 집안 뜰에 심겨진 자귀나무(Albizia julibrissin)의 꽃이 한창 피어난다. 자귀나무의 무성한 잎 위로 화려한 핑크색 깃털을 펼친 새들이 앉아있는 양 아름다운 꽃이 핀다. 꽃에서 풍기는 연한 향기는 무더운 여름철 정취를 더욱 높여준다.

자귀나무는 꽃의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지만 특이한 모양의 잎이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깃꼴 모양의 겹잎(羽狀複葉)은 날이 어두워지면 잠을 자는 듯이 마주하는 잎끼리 포개진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꼭 붙어버린 겹잎은 아침까지 지속된다. 이런 모양은 찰떡궁합 부부가 꼭 껴안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많이 비유된다. 자귀나무의 또 다른 이름인 합환수(合歡樹),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등도 이런 모양에서 유래하였다. 식물학적으로는 잎에까지 이어진 도관을 통한 수분의 공급 여부에 따라 잎 세포의 팽압 변화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예로부터 자귀나무는 금슬 좋은 남녀의 상징으로 수많은 시나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민간에서는 자귀나무의 껍질이나 꽃을 말려 부부의 베게 속에 넣고 사이좋은 금슬을 기원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나무이다. 더운 날씨를 좋아하는 식물답게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의 따뜻한 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또한 남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시기가 언제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남쪽나라에서 유입되어 우리나라에 정착한 식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숲이나 들에서 야생상태로 자생하는 자귀나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심지 공원을 비롯하여 개인정원이나 가로수 등으로 식재하는 대표적인 조경수이다. 콩과 자귀나무속에 속하는 자귀나무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50 종이 분포하며 대부분이 열대 및 아열대지역에서 자란다. 성질이 강하고 생장속도가 빨라 원산지에서는 가로수나 조림용으로 널리 심는 나무이다. 우리나라에는 자귀나무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잎이 상대적으로 크며 꽃 색깔은 흐리고 수술이 많은 왕자귀나무(A. coreana)가 전남지방의 해안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명 자귀나무는 “자귀”라는 목공용 도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귀는 “까귀”라고도 하며 나무의 껍질을 벗기거나 다듬는데 사용하는 도구이다. 자귀나무의 단단한 가지나 줄기를 이용하여 목공구의 자루를 제작한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한다. 자귀나무의 줄기는 다른 교목과 달리 굵게 자라지 않으므로 건축재와 같은 목재로서 가치가 높지 않다. 그러므로 예전부터 가구재나 생활용구를 제작하는데 주로 사용했던 나무이다. 실제로 자귀나무 목재의 기건 비중은 0.53으로 꽤 무거운 편에 속하고 강도가 아주 높아 자귀와 같은 도구의 자루뿐만 아니라 단단한 용구의 제작에 많이 사용했던 나무이다.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는 자귀나무에 대해 논하다 보니,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떠올랐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50년 사이에 우리나라 이혼율이 과거에 비해 무려 13.6배 증가했다고 하였다. 또한 그 비율은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유교적 사고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지 않는다. 가치관의 변화도 있겠지만 매사에 참고 인내하던 과거와는 달리 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부족도 이혼율 증가의 한 요인일지 모른다. 개개인의 삶의 방식은 다르겠지만 가정의 행복이 곧 국가의 평안을 좌우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 진화를 거듭하는 동안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는 제도가 성립되었다. 가정의 최소 단위는 부부이며 원만한 결혼생활의 영위가 곧 행복일 것이다. 이글거리는 한낮의 태양 아래 끝없이 시달렸던 자귀나무의 잎은 언제나 밤이 되면 마주하는 잎을 부여잡고 놓치지 않는다. 우리네 부부들도 이런 자귀나무 이파리의 인내와 사랑을 닮았으면 한다. 올 여름 활짝 핀 자귀나무 꽃을 보았던 모든 가정의 부부가 금슬이 좋아져 행복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안영희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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