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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장모와 사위의 재산분쟁…누구 손 들어줬을까?

기사입력 2014-04-29 10:48

조선시대 재산분쟁에서는 법률보다 감정이 크게 작용했다?

15세기 중반 조선 상류층 여성 정씨 부인은 사위 강순덕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벌였다.

정씨 부인은 남편 이숙번과 함께 딸이 살아 있을 때 강순덕에게 재산을 미리 분배해줬다. 그런데 남편과 딸이 죽은 뒤 가세가 기울었고 다른 두 자녀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이에 사위에게 재산 일부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위는 정씨의 요구를 여러 차례 무시하고 거절했다. 그러자 정씨는 재산분쟁과 관련해 단종에게 진정서를 제출했다.

정씨의 진정서는 고위 관리 사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군신, 부자, 부부 사이의 삼강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드는 조선의 국가 이데올로기 정체성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남편의 유언은 바꿀 수 없으며, 사위에 대한 재산 환수는 인정(人情)에 어긋난다"는 관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모에 대한 불효는 인정에 위배된다"며 장모를 옹호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맞섰다.

결국 조정은 치열한 논의 끝에 정씨 부인에게 재산을 환수받을 권리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

흥미로운 대목은 법적 판단에 '인정'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개입됐다는 점이다. 재산을 되찾으려는 정씨도 자신의 의지를 감정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죽은 남편은 자식들이 무시당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교적 표현을 따랐다.

재산을 되찾으려는 것이 정씨 본인의 의사였음에도 주장의 초점을 남편과 다른 자녀의 상황에 맞춘 것이다. 사위의 불효보다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의무를 강조한 셈이다.

김지수 미국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과 교수는 신간 '감성사회-감성은 어떻게 문화동력이 되었나'에 실은 논문 '법과 감정은 어떻게 동거해왔나-조선시대 재산 분쟁을 둘러싼 효·열의 윤리와 인정'에서 조선의 법 전통과 감정의 이해관계를 분석했다.

저자는 '감정이 법에 만연해 있는' 조선의 법문화를 들춰보며 법적 관례에 반영된 감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했다. 또 거기에 작용한 사회문화적 힘은 무엇인지도 살펴봤다.

그는 "조정의 판결은 또한 남편이 아내의 부모에 대한 효의 의무를 행사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이때 '인정'은 윤리적 덕목을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강력한 개인적 감정 요소이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의미화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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