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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은 왜 젠더프리 캐스팅을 택했나? 연극 ‘꽃의 비밀’

입력 2026-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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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시선] 장진표 블랙코미디

▲연극 ‘꽃의 비밀’ 공연사진.(파크컴퍼니)
▲연극 ‘꽃의 비밀’ 공연사진.(파크컴퍼니)

장진 감독의 블랙코미디 연극 ‘꽃의 비밀’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시즌은 배우가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젠더프리 캐스팅’이 특징이다. 공연을 보고 나면 이런 캐스팅의 묘미를 알 수 있으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반전이 웃음을 자아낸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가 같이 보면 좋을 작품이다.

◇공연 소개

(파크컴퍼니)
(파크컴퍼니)

일정 11월 29일까지

장소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연출 장진

출연 •소피아 : 정경순, 성지루, 추귀정 •자스민 : 정웅인, 황석정, 유선 •모니카 : 박하선, 경수진, 강은빈 •지나 : 임모윤, 한수아, 신슬기 •카를로 : 안두호, 김한결, 김남희 •산드라 : 전윤민, 서은영

러닝타임 120분

관람료 VIP석 7만 7000원, R석 6만 6000원, S석 5만 5000원

◇관람 포인트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프리 캐스팅.

•망가짐도 불사한 배우들의 열연.

•장진표 블랙코미디의 진수.

•웃음 뒤에 남는 부부와 삶의 의미.

(파크컴퍼니)
(파크컴퍼니)

◇REVIEW

이탈리아 북서부의 시골 마을. 남편들이 축구 경기를 보러 떠난 사이 네 여성이 한자리에 모인다. 소피아, 자스민, 모니카, 지나. 나이도 성격도 제각각인 이들에게 뜻밖의 사건이 벌어진다. 남편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남편 명의 보험금 20만 유로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 날 예정된 건강검진을 통과해야 한다. 네 여성은 남편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민다.

장진 감독이 쓰고 연출한 연극 ‘꽃의 비밀’은 2015년 초연 이후 2016년 두 차례, 2019년과 2025년에도 무대에 오르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시도가 더해졌다. 극의 중심에 있는 여성 인물 네 명을 성별에 관계없이 캐스팅한 ‘젠더프리 캐스팅’이다. 작품에 출연하는 남자 배우는 성지루(소피아), 정웅인(자스민), 강은빈(모니카), 임모윤(지나)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극 중 네 여성이 남편으로 변장한다는 점이다. 즉 여성 배우는 여성을 연기하다 남장을 하고, 남성 배우는 여성을 연기하다 다시 남성으로 변장하는 셈이다. 장진 감독은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남성 배우가 여성 인물을 연기하는 방식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성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정이 작품의 코미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극의 무대는 이탈리아 시골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고 따뜻하게 꾸몄다. 배우들의 의상 역시 소박하고 친근해 평범한 이웃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그러나 하나둘 비밀이 드러나면서 평온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이야기는 어느새 미스터리로 번진다. 그 와중에도 극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비밀이 들통날 듯한 아슬아슬한 상황에 배우들의 과장된 몸짓과 능청스러운 대사가 절묘하게 맞물린다.

이처럼 작품은 남자와 여자,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120분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향한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 뒤에는 묘한 허탈함이 남는다.

네 여성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부부의 의미, 넓게는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장진 감독은 이런 질문을 진지한 대사 대신 유쾌한 소동을 통해 던진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부부는 물론, 자녀 부부와 함께 관람해도 좋을 작품이다.

▲자스민 역의 배우 유선 공연사진.(파크컴퍼니)
▲자스민 역의 배우 유선 공연사진.(파크컴퍼니)

◇“유선 맞아?” 놀라운 파격 변신

기자는 정경순(소피아), 유선(자스민), 박하선(모니카), 한수아(지나)가 출연한 공연을 관람했다. 네 배우는 각기 다른 개성을 살리면서도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극을 이끌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배우는 자스민 역의 유선이다. 그의 연기 변신은 이미 화제를 모았는데, 공연 사진을 본 이들이 “유선은 어디 있어?”라고 반응할 정도다. 실제 공연이 끝난 뒤 “저 배우가 유선이었어?”라는 관객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자스민은 망가짐을 불사해야 하는 캐릭터다. 술을 좋아하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헝클어진 머리에 짙은 볼터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몸짓이 특징이다. 그동안 작품에서 단아하거나 카리스마 있는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유선이기에 이번 변신은 더욱 놀랍다.

유선은 기자간담회에서 “작년에 처음 공연을 보고 ‘자스민 역을 내가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다 밤잠을 설쳤다”며 “자스민은 ‘숙제가 많은 캐릭터’로서,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무대에서는 그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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