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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패션, 취미 넘어 산업으로 “시장이 원해”

입력 2026-09-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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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벤자민 웅 패션 플랫폼 줘자런 대표… 중국 중장년 모델 시장 급성장 중

▲벤자민 웅 줘자런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 토크콘서트에서 중국 시니어 모델 시장의 성장과 전문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벤자민 웅 줘자런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튜디오159에서 열린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 토크콘서트에서 중국 시니어 모델 시장의 성장과 전문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시니어가 모델이 되고 싶어 하는 시장에서, 시장이 시니어 모델을 필요로 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지난 8일과 9일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개최한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 현장에서 만난 벤자민 웅 줘자런(卓嘉人) 패션 플랫폼 대표는 중국 중장년 모델 시장의 변화를 이렇게 진단했다. 은퇴 후 새로운 활동을 찾는 중장년이 늘어난 것만으로는 지금의 성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령 소비자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패션과 광고, 유통시장도 이들의 삶과 취향을 보여줄 모델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웅 대표는 중국과 태국 패션·모델 업계에서 23년간 활동한 패션 교육자다. 현재 줘자런 패션 플랫폼 설립자이자 신쓰루(新丝路)모델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다. 줘자런은 중장년 모델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중국 안팎의 패션쇼와 브랜드 협업 무대로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소속 모델들은 태국을 비롯해 밀라노와 파리 등 해외 패션 무대에도 참여했다. 지난 7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설립 2주년 패션쇼에는 77명의 모델이 무대에 올랐다. 줘자런 소속 모델 11명도 지난 8~9일 열린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에 참가해 한국 모델들과 런웨이에 섰다.

▲벤자민 웅 패션 플랫폼 줘자런 대표.(이준호 기자)
▲벤자민 웅 패션 플랫폼 줘자런 대표.(이준호 기자)

중장년 소비자 외면한 ‘젊음 중심’ 패션 시장

웅 대표는 중국 중장년 모델 시장의 성장을 인구 고령화와 시장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봤다. 은퇴 후에도 활력과 자신감을 유지하고 사회와 연결되려는 중장년에게 모델 활동은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된다. 동시에 중장년층은 의류와 미용, 관광, 건강관리, 기술, 생활용품 등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진 소비자이기도 하다.

시니어 패션은 기존 패션산업의 고객과 모델이 다양한 연령대로 확대되는 과정이면서, 고령사회가 나이 듦의 의미를 새로 정의하는 문화 현상이기도 하다고 했다. 50대와 60대, 70대에도 배우고 일하며 여행하고 창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패션에 참여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니어 모델 시장이 단순한 패션쇼를 넘어 광고와 콘텐츠 제작, 전자상거래, 브랜드 홍보, 교육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니어 패션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패션업계에 남아 있는 연령 차별을 꼽았다. 한국 패션업계는 오랫동안 ‘젊고 유행에 민감한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실제로 중장년층이 상품을 구매하고 입더라도 브랜드 이미지가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시니어 모델 기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중국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패션산업은 오랫동안 아름다움을 젊음과 연결했고, 젊은 모델을 내세워야 세련되고 선망받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고령 소비자가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상황에서는 이런 접근을 계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중장년 소비자는 이미 패션 상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브랜드가 젊은 모델만 내세우면 브랜드가 보여주는 이미지와 실제 소비자 사이에 간극이 생깁니다. 이제 ‘이 소비자가 패션을 즐기기에 너무 나이가 들었는가’를 물을 것이 아니라 ‘패션이 서로 다른 세대를 어떻게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지난 9일 중국 시니어 모델이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 런웨이에서 의상을 펼쳐 보이며 자신감 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이준호 기자)
▲지난 9일 중국 시니어 모델이 ‘비바브라보 서울 프라임 패션위크 2026’ 런웨이에서 의상을 펼쳐 보이며 자신감 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이준호 기자)

취미와 직업을 가르는 것은 ‘가치 창출’

웅 대표는 취미와 전문적인 모델 활동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가치 창출’을 들었다. 중국에서는 취미로 모델 활동을 시작한 뒤 패션쇼와 광고, 상업 행사, 소셜미디어 콘텐츠 제작, 브랜드 홍보 등 유료 활동으로 영역을 넓히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회성 경험을 안정적인 직업으로 발전시키려면 교육과 현장 활동, 개인 브랜드 구축으로 이어지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서울 강연에서도 “훈련장에서 워킹만 익힌다고 직업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전 경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장년 모델은 나이와 삶의 경험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웅 대표는 “지금 45세가 넘었더라도 평생 무대에서 자신의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줘자런은 이에 따라 외모와 체형, 워킹에 치우친 기존 교육에서 벗어나 중장년 모델의 개성과 활동 목표를 반영한 교육 체계를 운영한다. 교육 내용은 △무대·런웨이 표현 △패션 이해와 해석 △미디어 표현과 소통 △전문성 개발 △브랜드 이해와 표현 등 다섯 영역으로 구성된다. 이를 다시 20개 항목으로 세분화해 모델의 외형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발전한 역량을 평가한다.

전문성을 평가하는 기준과 시니어 모델의 다양성을 어떻게 함께 살릴 것인지에 대해 웅 대표는 “표준화해야 할 것은 외모가 아니라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모델의 경쟁력은 연령과 체형, 개성, 삶의 경험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는 만큼 특정한 외모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시니어 모델이 날씬하거나 키가 크고, 젊어 보이거나 같은 체형을 가져야 한다고 정해서는 안 된다”며 “소통 능력과 직업의식, 패션에 대한 이해, 무대 표현력, 브랜드 해석력, 신뢰성과 학습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량은 표준화하되 다양성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자민 웅 대표가 줘자런 소속 중국 시니어 모델들의 패션쇼 활동 모습을 화면에 띄운 채 전문 교육과 현장 경험을 연결하는 모델 양성 체계를 소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벤자민 웅 대표가 줘자런 소속 중국 시니어 모델들의 패션쇼 활동 모습을 화면에 띄운 채 전문 교육과 현장 경험을 연결하는 모델 양성 체계를 소개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모델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브랜드”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모델이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 구조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에이전시를 통해 광고나 패션쇼에 출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모델이 사진과 영상을 직접 제작해 대중과 소통하고, 자신이 구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홍보와 상품 판매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웅 대표가 강연에서 “모델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브랜드”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모델은 광고나 패션쇼에 등장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 제작자와 브랜드 홍보대사, 상품 추천자, 나아가 사업 파트너로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선택을 기다리던 모델이 자신의 이미지와 지지층을 스스로 만들고, 이를 새로운 활동 기회로 연결하는 주체가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시니어 모델이 국제 패션산업의 독립된 분야로 성장할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에서는 패션쇼와 모델 활동에 참여하려는 중장년이 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패션과 광고에 중장년 모델을 기용하는 문화가 비교적 일찍 자리 잡았다. 성장 과정에는 차이가 있지만 고령화와 고령 소비자의 증가는 세계가 함께 겪는 변화인 만큼, 웅 대표는 시니어 모델의 활동 무대도 특정 국가나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중 양국의 공동 생태계 만들어야”

웅 대표는 한·중 협력이 모델 교류나 합동 패션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중국은 제조 역량과 공급망, 전자상거래 기반, 대규모 소비시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디자인과 창의성, 뷰티,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개발에서 강점이 있다.

그는 양국 시니어 모델과 패션 관계자, 콘텐츠 제작자가 참여하는 공동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중국 모델과 한국 디자이너·브랜드가 함께 패션쇼와 광고를 제작하고, 중장년 소비자를 위한 상품과 브랜드를 공동 개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국의 제조 기반과 한국의 디자인을 디지털 플랫폼과 해외 전자상거래로 연결하는 사업도 가능하다고 했다.

웅 대표는 향후 5년 동안 시니어 패션이 광고와 소셜미디어, 전자상거래, 관광, 건강·웰니스, 생활문화가 연결된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줘자런도 패션쇼 개최에 머무르지 않고 중장년 모델의 교육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기회는 사람만 오가게 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인재와 디자인, 제조, 브랜드, 콘텐츠, 소비자를 하나로 연결해야 합니다. 중장년 모델이 평생 자신의 경험과 능력으로 가치를 만들어가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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