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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간 MOU 체결, 고령 인구 3억 명 中 실버경제 현황은?

입력 2025-11-03 07:00

[이준호의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드 ⑳]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많은 후일담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그중 주목받는 것은 지난 1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여러 양해각서 가운데 하나인 ‘실버경제 분야 협력 MOU’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급속한 고령화를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MOU를 통한 실버경제 협력이 노령사회 공동 대응, 산업 교류, 돌봄 및 복지 서비스 혁신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하며, 중국 정부가 최근 적극 추진 중인 실버경제(银发经济) 육성 정책 기조와도 부합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시니어 비즈니스, 즉 실버경제 현황은 어떨까? 중국은 실버경제를 복지가 아닌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 국무원(한국의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1월 ‘실버경제’의 범위를 ‘노인을 위한 제품·서비스’와 ‘노후를 준비하는 경제활동’까지 포괄한다고 정의하고, 표준화·집적화·브랜드화를 축으로 한 산업화 로드맵을 가동했다. 실버경제는 이전의 ‘양로(养老) 산업’ 개념보다 폭이 넓고, 생애주기 전반의 건강·자산·학습을 아우르는 것으로 설정한 것이다.

올해 중국 실버 시장 1500조 원 규모

세수 통계는 이 분야의 성장을 수치로 보여준다. 국가세무총국이 집계한 2025년 상반기 지표에서 노인·장애인 양호 서비스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9% 증가했다. 고령친화 가족서비스업은 14.1%, 사회적 돌봄·도움 서비스업은 8.8% 늘었고, 제조 부문에서는 실버산업 제품 생산 주체 수가 14.1% 증가했다. 노인용 헬스기구·재활보조기기·영양보건식품 매출도 각각 14.7%, 12.1%, 6.9% 늘어 전체 제조업 평균을 상회했다. 수요 측면에선 커뮤니티·기관·재가 돌봄 서비스 매출이 각각 30.4%, 22.6%, 18.0% 증가했고, 보행·청력 보조, 영양·보건, 건강 모니터링 장비 매출이 32.2%, 30.1%, 7.5% 늘었다. 5G·AI·IoT 기반 ‘스마트 돌봄’ 투자도 확대돼, 관련 기술 서비스와 노인용 웨어러블·지능형 기기 제조 매출이 각각 33.7%, 32.6% 증가했다.

소비 데이터를 통해 고령 세대의 활발한 소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MobTech 연구원의 ‘2025년 은발경제 소비자군 인사이트’는 60세 이상 인구를 55~64세(‘실버 청년’), 65~74세(‘실버 중년’), 75~89세(‘실버 노년’), 90세 이상(‘장수 노인’)으로 세분해 행동을 추적했다. 55~64세는 여행·온라인 구매·금융상품 이용이 활발한 ‘액티브 시니어’ 성향을 보였고, 65~74세는 건강·의료·생활 편의, 75세 이상은 식품·간호·의료보조기기 등 필수 지출 비중이 높았다. 전자상거래 채널에서 고령 세대의 활동성도 확인된다. 보고서는 60대의 전자상거래 이용과 모바일 결제가 청년층과 점차 수렴하며, 택배·브랜드몰·직영몰 등에서 구매 비중이 커졌다고 적었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24년 말 3억 1031만 명, 전체의 22.0%로 집계됐고, 실버경제 시장 규모는 2025년 8조 위안(한화 약 1524조 원)대로 추정됐다.

중국식 통합돌봄 표준 ‘4·2·1 구조’

정책의 축은 ‘스마트 건강·양로’에 집중되어 있다. 공업정보화부·민정부·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공동 추진한 ‘스마트 건강·양로 산업 발전계획(2021~2025)’에 따르면 스마트양로 산업은 2014년 1700억 위안에서 2019년 3조2000억 위안으로 급성장했으며 2050년 22조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 모니터링 시계, 낙상 경보, 스마트 매트리스, 가정용 서비스 로봇, ‘인터넷+재가 돌봄’ 플랫폼 등이 이미 보급 카탈로그에 올라 있다. ‘2명이 4명의 노인과 1명의 아동을 부양하는 4·2·1 구조’를 표준으로 설정해, 효율적 돌봄을 위한 디지털·로보틱스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이다.

공급망 측면에서 고령친화 제품·콘텐츠의 폭은 넓고 깊게 확장 중이다. ‘노인용품 산업’은 2025년에 5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정책 지침이 제시한다. 다만 2021년 기준 중국의 노인용품 품목 수는 약 2000종으로, 일본의 2만여 종과 비교하면 아직 성장의 여지가 크다. 재활 가구·의료기기·영양보조식품·항노화 화장품 등 카테고리별 전문 기업이 속속 등장하지만, 의복·식품 등 일상 영역의 고령친화 설계와 브랜드화가 과제라는 진단도 언급되고 있다.

제도에 갇힌 국내 업계에 활력될까?

고령층의 여가·학습·관광의 ‘제3의 수요’도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중국노년대학협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각급 노년대학(학교)은 7만6000곳, 학습자는 2000만 명을 넘겼고, 2023년에는 국가노년대학 출범과 함께 40개 분부, 3000개 학습센터, 5만5000개 학습 거점이 구축됐다. 이와 연동한 지역 관광·문화·체육 소비는 ‘즐거이 늙기(享老)’ 수요를 받치며, 커뮤니티 단위의 학습·교류 프로그램과 시니어 관광상품이 결합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결국 수요·공급·기술·정책이 한데 어우러지며 ‘실버경제’는 내수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무 데이터는 돌봄·헬스·여행·문화에서의 지출 확대와 적령 제품 제조의 외연 확장을 확인시켜주고, 소비 데이터는 ‘55~64세 액티브 시니어’부터 ‘75세 이상 돌봄 지출’까지 뚜렷한 세분화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아직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나 일본의 개호보험과 같은 고령자 돌봄을 위한 전국 단위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지역별로 시범사업을 막 시작한 상태다. 때문에 돌봄을 위한 복지용구 제조, 유통이 행정적으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지만, 반대로 다양한 유료 서비스의 도입이 자유로워 다양한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한중 간 실버경제 분야 협력 양해각서는 유사한 문화적 배경과 생활양식을 지녔으면서도 서로 다른 사회제도와 돌봄 체계를 가진 두 나라가 시니어 비즈니스 시장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시도되지 못했던 국내 업계가 중국의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과 협력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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