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의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드 ⑰]

이 지점에서 1976년 설립된 가족 소유·운영 기관 ‘시니어 스타’의 사례는 참고할 가치가 크다. 미국 오클라호마·아이오와·미주리·오하이오 등 4개 주에서 6개 노인생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독립형 주거, 지원형 주거, 기억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해 온 이 기관은, 시설의 규모나 장식보다 직원 경험을 경영의 중심에 두는 방식으로 성과를 축적해 왔다.
왜 인력 관리는 ‘생존’의 문제인가?
노인생활시설의 핵심은 일관되고 따뜻한 돌봄이다. 그러나 교대근무의 피로, 감정노동의 누적, 시장 전반의 구인 경쟁은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기 쉽다. 시니어 스타는 이러한 구조적 난제를 가치와 제도로 정면 돌파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핵심 언어는 사랑이다. 경영진은 직장에서 이 단어의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 직원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공동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철학은 일회성 보상이나 유행성 제도가 아니라, 채용·직무교육·평가·보상·리더 양성 전 과정에 녹아 있다.
이곳의 CEO인 아냐 로저스(Anja Rogers)는 직장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이는 자신들의 비즈니스 운영의 핵심, 직원 중심 문화라고 강조한다. 그는 “직원들은 단순히 출퇴근 시간에 맞춰 출근부를 찍는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과 사랑을 가지고 출근하며, 이것이 우리회사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하고, “우리의 ‘서로를 사랑으로 실천한다’는 모토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약속이며, 직원들이 이 점을 느낄 때 근속할 수 있고, 거주 고령자들도 성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직원 중심 운영의 메커니즘
시니어 스타는 직원을 동료로 부르며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목적을 지닌 일임을 강조한다. 운영의 초점은 복지 항목을 늘어놓는 데 있지 않고 성장을 돕는 투자에 맞춰져 있다. 정신건강 지원, 멘토링, 리더십 개발, 웰니스 프로그램을 체계화해 간병 보조 역할로 입사한 인력이 5년·10년·15년을 거치며 팀 리더로 성장하도록 경로를 명확히 설계한다.
이 같은 장치가 조직의 자부심과 소속감을 키웠다. 내부에서 익명으로 진행하는 설문에는 매년 98~99%가 참여하고, 직원의 87%는 자신의 일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89%는 실제 변화를 만든다고 답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의 숫자는 곧 조직 문화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를 보여준다.
시니어 스타의 운영 약속은 간결하다. 서로에게 사랑으로 행동한다는 원칙이다. 이 약속은 동료 간 신뢰를 넘어 직원과 거주자가 가족의 관계로 변화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거주자의 94%가 우리 가족을 진심으로 알아가려는 노력이 보인다고 평가했고, 82%는 커뮤니티가 집처럼 느껴진다고 답했다. 오랜 세월 살아온 집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관계의 지속성을 체감하게 하는 힘은 결국 직원 경험의 품질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탄탄한 내부적인 조직 체계는 외부 평가의 호평으로도 이어졌다. 시니어 스타는 글로벌 직장문화 평가기관 그레이트 플레이스 투 워크(Great Place to Work)로부터 훌륭한 일터 인증을 8년 연속 획득했고, 경제지 포춘(FORTUNE)이 발표하는 노인서비스 부문 최고의 직장 명단에도 최근 8년 중 7차례 올랐다. 여러 지점 커뮤니티가 각각 수상 대상이 되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는 지역과 규모가 다른 시설들에서도 동일한 철학과 시스템이 재현 가능한 성과로 이어졌다는 뜻으로, 운영 시스템의 우수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경영 언어로
시니어 스타의 사례는 우리사회 돌봄 기관들에게 주는 몇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가치와 언어를 제도로 번역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랑·존중·탁월함 같은 추상어가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채용·직무교육·평가·보상 체계에 일관된 행태 기준으로 녹여야 한다. 또한, 성장 경로의 가시화가 이직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조에서 주임, 리더로 이어지는 단계별 역량표와 교육·멘토 제도를 표준화하면 직원은 여기서 커리어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반면에 우리가 현장에서 만나는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는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태다. 성과급은 신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단어처럼 여겨지고, 승진도 힘들다. ‘평생 직장’이라는 믿음을 갖기 어려운 상태다.
정신건강과 웰니스의 제도화가 필수다. 요양 기관에선 다양한 감정노동에 노출된다. 치매 어르신의 우발적 행동이나, 돌봄 대상의 사망, 가족들의 민원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부분을 완충할 장치 없이 돌봄 품질 개선은 불가능하다.
돌봄의 미래는 화려한 시설이나 최신 장비 이전에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가로 결정된다. 시니어 스타는 사랑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경영 언어로 끌어올리고, 이를 제도와 일상 행동으로 정착시켜 인력·품질·신뢰의 선순환을 만들었다. 한국의 요양·돌봄 산업이 인력난의 터널을 통과하려면, 사람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조직이 가장 높은 성과를 낸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붙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