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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일하는 것 당연” 미국도 ‘평생 현역’ 시대

입력 2025-10-15 07:00

美 가디언생명, ‘은퇴의 재정의’ 보고서 발표… 달라진 미국인의 은퇴 밝혀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미국의 대표 상호보험사 가디언생명이 지난 14일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은퇴의 재정의(Retirement Redefined) 2025’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은퇴 개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일의 종착점’으로 여겨지던 은퇴가 이제는 새로운 삶의 전환점, 혹은 또 다른 경제활동의 시작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 수십 년간 미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86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65세 이상 인구의 약 21%가 여전히 일터에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1960년 이후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10년 가까이 늘었고, 2060년에는 지금보다 6년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65세 남성은 평균 84세, 여성은 87세까지 생존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장수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퇴직은 더 이상 일률적인 연령 기준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개인의 건강·재정·삶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여명 늘면서 불안도 커져

그러나 수명이 늘어난 만큼 노후 재정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미국인의 5명 중 1명은 여전히 일하고 있으며, 1980년대 후반보다 두 배 가까운 비율이다. 반면 연금 수령자는 급격히 줄었다. 1980년 3000만 명이던 연금 가입자는 2020년 1200만 명으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사회보장연금마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연금 수령자의 평균 연간 수입은 약 2만4000달러(한화 약 3400만 원)에 불과하며, 2033년에는 관련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융 불안은 심리적 건강에도 직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70%가 퇴직 시점을 65세로 예상하지만 실제 평균 은퇴 연령은 62세에 불과하다. 10명 중 7명은 ‘건강 악화나 실직’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조기 은퇴를 선택했다. 은퇴 후 건강비용 부담도 커졌다. 2025년 기준 65세 은퇴자가 향후 의료비로 지출해야 할 금액은 평균 17만2000달러(한화 약 2억4500만 원)에 달하며, 사회보장연금의 30%가 의료비로 소모되고 있었다. 퇴직자 59%는 연금으로 의료비를 충당할 계획이라고 답했지만, 이는 곧 비(非)의료 분야의 소비 여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현실은 은퇴 설계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킨다. 은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재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준비했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3분의 1은 “전문가 조언을 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정적 후회가 있는 은퇴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서적 건강 수준이 3배 낮았다. 보고서는 “재정적 준비 부족과 예기치 못한 건강 악화, 사회적 고립감이 은퇴 후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예상보다 지겹고, 외로워” 충격 시달려

예상치 못한 ‘은퇴 충격’도 주요한 변수다. 은퇴자의 47%는 “건강이 더 좋을 줄 알았다”고 답했고, 34%는 “지루하거나 일터가 그립다”고 했다. 27%는 “외로움이 예상보다 컸다”고 호소했다. 보고서는 이런 감정적 요인을 ‘은퇴 후 낮은 행복감의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했다. 건강한 은퇴자 중 86%는 정서적 안정 수준도 높았던 반면, 건강이 좋지 않은 그룹은 36%에 그쳤다.

때문에 ‘은퇴 후에도 일한다’는 인식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현재 은퇴를 ‘일하지 않는 상태’로 정의한 사람은 전체의 27%뿐이며, 73%는 “은퇴 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일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파트타임 근무를 은퇴 소득의 주요 수단으로 삼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노후=무노동’이라는 전통적 관념이 무너지고, ‘활동적 은퇴’가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장형 소득원 미리 준비해야

보고서는 전통적인 ‘3개의 다리(연금·사회보장·저축)’로 구성된 노후 소득 구조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연금이 사실상 사라지고, 사회보장제도 역시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개인 저축과 투자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 따라서 “퇴직소득의 새로운 네 번째 다리”, 즉 연금보험과 같은 ‘보장형 소득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건강한 은퇴를 위한 ‘비금융적 준비’도 중요하다. 은퇴자의 75%는 “충분히 준비됐다”고 느낄 때 정서적 행복도가 높았으며, 자원봉사나 사회활동 참여가 인지 저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인용됐다. 미국에서는 매년 50만 명 이상이 치매를 새로 진단받으며, 2060년에는 이 수치가 연간 10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고립과 외로움은 심혈관 질환, 우울,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가디언생명은 이번 보고서에서 “은퇴는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라며 “퇴직 후의 삶을 위한 재정·건강·정신적 준비가 행복한 장수시대를 위한 핵심”이라고 결론지었다. 또 “장수 사회로의 진입은 새로운 복지·보험·교육 인프라를 요구하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함께 설계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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