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스 ‘웰니스의 미래’ 보고서… 고령화 대응엔 AI 해법 제시

세계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9일 ‘웰니스의 미래(What the Future: Wellness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급변한 미국인의 건강 인식과 의료 신뢰도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며, ‘신뢰의 재건’을 비롯해 AI, 여성건강, 고령화 대응을 웰니스의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팬데믹 5년이 지난 지금, 개인의 건강 관리 방식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보건의료 체계가 근본적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 의료비 부담이 개선될 것’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2018년 대비 8%포인트 감소했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매우 좋다”고 평가한 응답자 역시 2018년 20%에서 올해 13%로 떨어졌고, “좋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2%에서 15%로 급등했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추세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의료 데이터에 대한 신뢰 역시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의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83%에서 74%로 감소했고, 인공지능(AI)을 신뢰한다는 비율도 39%에서 27%로 줄었다. 반면 응답자의 3분의 2(66%)는 “온라인 건강정보가 너무 많아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입소스는 “정보 과잉이 오히려 건강 불안을 증폭시키고, 공공기관의 권위에 대한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의료 신뢰도는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히 갈렸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 76%, 공화당 지지층 44%로 나타났으며, 식품의약국(FDA)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74%와 38%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공중보건에 대한 신뢰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정체성과 문화적 소통의 문제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고령화가 초래하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기술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존스홉킨스대 피터 아바디얼 교수는 보고서에서 “AI를 이해하고 적극 활용하는 의료시스템과 보험기관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며, 고령자의 움직임·수면·인지기능을 분석하는 센서 기반 기술을 소개했다. 그는 “정부 지원만으로는 고령화 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산업계와 연구기관이 협력해 ‘보다 나은 노화’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2050년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8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청년층 증가세 둔화로 인한 돌봄 인력 부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아바디얼 교수팀은 AI 기반 보행평가·수면개선 장비, Wi-Fi 신호를 활용한 낙상 감지 시스템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가족이 원격으로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그는 “첨단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인력과 제도적 설계”라고 덧붙였다.
여성건강 분야에서는 ‘갱년기 인식의 전환(Menopause Revolution)’이 새로운 산업·정책 화두로 부상했다. 미국 여성의 95%가 55세 이전에 폐경을 경험하지만, ‘의료산업이 여성건강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모니카 크리스마스 미국갱년기학회 부국장은 “갱년기는 질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이며, 개별화된 치료와 보험 보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입소스의 매트 카마이클 편집장은 “웰니스는 의료, 식품, 정책, 기술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 개념으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어떤 기술 혁신도 의미가 없다”며 “건강한 사회는 과학적 근거뿐 아니라 공감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위에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수사회가 얼마나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을지는, 신뢰를 다시 세우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