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연구팀 개발
나이가 들수록 병원 입원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 이어지기 쉽다. 섬망이나 낙상, 합병증은 노년 환자의 회복을 가로막는 변수다. 국내 연구진이 입원 첫날에 이런 위험을 10명 중 8명꼴로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도구를 개발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년 환자의 위험요인 발생 가능성을 입원 당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Acute Care for Elders Risk Score)’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9월 8일 밝혔다.
이 도구는 2021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입원한 65세 이상 환자 2만 1천여 명의 임상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만들었다. △임상 허약 척도 △혈청 알부민 수치(영양·면역력) △CRP 수치(염증 반응) △혈색소 수치(빈혈 여부) △입원 전 복용 약물 수 등 다섯 가지 지표가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이다.
연구 결과, 새로 개발된 척도의 위험 예측 정확도는 83.7%로, 기존 임상 허약 척도(79.8%)나 단순 나이(63%)에 비해 훨씬 높은 성능을 보였다. 같은 ‘허약’ 판정을 받은 환자군 안에서도 누구에게 더 큰 위험이 있는지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어 집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빠르게 판별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도구를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에 적용해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복잡한 검사나 장비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연구를 이끈 이은주 교수는 “노년 환자는 단순히 나이와 질병만으로 위험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환자의 위험도를 세분화해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노인 의학 분야에서 상위 5% 이내에 해당하는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미국의료관리자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앞으로도 노년 환자를 위한 맞춤형 진료 모델 ‘위드원(WithONE)’을 통해 입원부터 퇴원 후 관리까지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