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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싶은 청소년 위한 쉼터… “좁은 버스가 아이들에겐 온 세상”

기사입력 2025-03-05 08:21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 서울시립일시청소년쉼터 허희명

나이가 가장 걸림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구직에 고민이 많았던 허희명 씨. 방문 학습 교사, 박물관 체험 강사로 아이들을 대했던 경험을 살려보려던 차, 가치동행일자리를 만나게 됐다. 가정밖 청소년 활동 특성상 야외 활동이 대부분이라 몸은 제법 힘들었지만 ‘학생들과 또 다른 유대를 쌓을 수 있어 좋았다’며 미소 짓는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오후 3시. 서울시립일시청소년쉼터(이동형·동북)라 표시된 미니버스 한 대가 강동구 성내 하니공원 한켠에 섰다. 싣고 온 간이형 책상과 의자, 천막 등을 차량 앞쪽으로 설치한 뒤 각종 간식을 보기 좋게 놓는다. 시간이 지나 하나, 둘 인기척이 드리우면 ‘히히’라고 쓰인 이름표를 목에 건다. ‘히히 선생님’ 허희명 씨의 일과 시작이다.


찾아가는 쉼터의 감초


서울시립일시청소년쉼터는 넓게는 모든 청소년을, 좁게는 가정 밖 청소년(가정의 보살핌 부족이나 학대, 가정폭력 등 가정으로 복귀하여 생활하기 어려운 사유로 가정 밖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요일별로 강동·강서·구로·금천·관악·송파·양천 등 몇몇 장소를 번갈아 이동하며 청소년들에게 가출 예방 캠페인, 생활 교육을 비롯해 문화 체험, 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실시한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들을 조기에 발견해 목소리를 듣고 보호하기 위함이다.

허희명 씨는 지도사들이 원활하게 아이들을 살필 수 있도록 차량 앞에서 해당 프로젝트를 친근하게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혹여나 어려움을 겪는 친구가 있다면 버스 안에서 편히 쉬고 가게끔 사업을 소개하는 식이다.

“이제껏 직장 생활이라고 할 만큼 어떤 일을 정기적으로 한 적은 없어요.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 형태로 일했죠. 그중에서도 과거 방문 학습 교사, 박물관 체험 강사로 아이들을 만났던 경험이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이 더욱 뜻깊게 느껴져요. 지금 조카들이랑 같이 지내고 있어 그런지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친구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보통 요즘 인기 많은 아이돌 그룹 이름을 기억해뒀다가 ‘너도 걔 좋아해? 요즘 인기 많다던데’ 하며 부담스럽지 않게 대화를 시도해요.”

느리지만 유연한 소통


올해 특히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 궂은 날씨가 말썽이었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고. 쭈뼛쭈뼛 망설이는 이들에게 하루는 인사만, 또 하루는 한두 마디씩 차근차근 건네다 보니 어느새 얼굴을 익힐 만큼 가까워졌다.

“사실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세상이에요. 친구들이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래도 꾸준히 조금씩 다가가려고 했어요. 정성이 통했는지 사정이 있어 하루는 사무실로 출근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날 애들이 ‘하하 호호 선생님은 어디 갔어요?’, ‘헤헤 선생님은 안 와요?’라며 물었대요. 히히라는 별명이 기억이 잘 안 났나 봐요. 너무 귀엽죠. 어떤 단체의 일원이 된 것 같아 뿌듯했어요.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혹시나 실수할까 봐 서요. 나이 차이가 크게 나니 소위 ‘꼰대’ 같은 발언을 하게 될 수 있잖아요.”

걱정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아이들은 물론 함께 일하는 지도사들은 허희명 씨를 포함한 가치동행일자리 참여자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한다. 활기차게 근무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좋은 에너지를 덩달아 얻는다는 설명이다. 허희명 씨 역시 가치동행일자리와 같은, 중장년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며 비슷한 지원책이 더욱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사실 나이 탓에 이젠 앞길이 완전히 막혔다 싶었어요. 그러던 중 SNS에서 중장년 대상 지원 프로그램이 있으니 알아두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본 거죠. 그렇게 가치동행일자리를 만나게 됐네요. 다른 회사, 다른 일자리는 또 어떨지 호기심이 생겨요. 덕분에 ‘맞다, 나 뭐든 도전하는 성격이었지’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느리더라도 천천히 제2의 진로를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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