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시니어 라이프] 치매, 거동 장애 환자의 심미적 만족 위해 서비스
뷰티 전문학교를 운영하는 회사에 근무하던 야마기와 사토시(山際聡) 씨는 어느 날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포화 상태인 뷰티업계에 과연 인재가 늘어나는 게 맞을까? 그는 사람이 필요한 산업을 찾다 일본 최초로 개호(간호) 미용학교를 만들었다. 도쿄 하라주쿠에서 그를 만나 사업 비결을 들어봤다.
뷰티업계는 ‘화려하다’는 이미지가 있고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지만,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과거에는 미용사 한 명당 한 달 매출이 평균 100만 엔(약 929만 원) 정도였지만,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이제는 60만 엔(약 557만 원) 정도 된다. 뷰티 교육업에 종사하던 야마기와 씨는 점점 위축되는 뷰티 현장으로 인재를 보내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보다 떠올린 것이 바로 ‘요양 산업’이었다. 그렇게 하여 일본에서 처음으로 간호 미용 전문학교인 ‘간호 미용연구소’를 설립했고, 최근 2년 사이 수강생 수와 매출액이 2.5배 성장했다.
99세 할머니의 화장하고픈 마음
야마기와 씨의 창업 여정은 사랑하는 할머니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했다.
“저는 고향이 니가타현(新潟県)입니다. 할머니가 5년 전 99세에 돌아가셨어요. 해마다 근력이 줄어 화장하는 시간이 갈수록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열심히 치장하시는 모습을 보고, ‘여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예뻐지고 싶다는 의식을 갖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령화사회에 미용과 연결시켜 공헌할 길이 없을까’ 고민하던 야마기와 씨는 간호 미용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렸다. 이에 현장을 살펴보니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인생을 즐기거나 활기찬 고령자들의 모습을 보기 힘든 데다, 간호 종사자는 37만 7000명의 인재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항상 사람이 모자라고, 저임금인 데다 중노동이라며 직업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요양과 관련된 직업 이미지를 쇄신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간호와 미용을 담당할 전문 인재를 양성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화장을 해드렸더니 활기를 되찾고 오랜만에 이름을 불러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매년 찾아뵙던 할머니도 마지막에는 다리가 불편해 외출을 거의 못 하셨지만 매일 시간을 들여 화장을 하셨고, 무슨 일이 생기면 미용실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사람은 나이 들어도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한 일이구나’를 깨달은 야마기와 씨는 요양 시설에 계시는 할머니들도 미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맞춤형 뷰티 케어 ‘간호 미용’
야마기와 씨는 2018년 4월, 도쿄 하라주쿠에 간호 미용사를 양성하는 전문학교인 간호 미용연구소를 개교했다. 연구소 설립 취지는 다음과 같다.
왜 ‘간호’에 ‘미용’인가? ‘미용’에는 긍정적인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용’, 즉 ‘외모를 가꾸는 것’은 사회참여로 이어집니다. 어르신들이 사회참여를 할 수 있게 되면 가족들의 미소가 늘어나고, 요양보호사의 보람도 커집니다. 사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며, 무엇보다 본인이 행복해집니다.
그 사람다운 QOL(삶의 질) 향상과 사회참여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복지 인재를 양성하여 사회에 배출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2019년 1월 1기생이 졸업하면서 간호 현장에 본격적으로 미용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수업은 방문 미용 과정과 케어 뷰티 과정이 있다. 방문 미용 과정은 이·미용사 자격증을 가진 기술자에게 간호나 방문 미용 특유의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는 강좌다. 누워 있는 노인의 머리를 자르는 기술, 샴푸대 사용법, 치매 환자 다루는 방법 등을 배운다.
케어 뷰티 과정은 요양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고령자를 위한 메이크업, 컬러 코디네이터, 아로마 테라피, 풋 케어, 네일 케어, 에스테틱, 사진 찍는 기술을 종합적으로 배우는 과정이다. 요양보호사나 간호사 등 이미 요양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뷰티 케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은 치매가 있거나 허리가 굽어지는 증상 혹은 퇴행성 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맞춰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 기술을 3·6·8개월 또는 1년 코스로 배운다.
졸업 후 개인사업자로 방문 미용을 시작하는 수강생을 위해 사업계획서 작성 방법, 세무 관계, 영업 방법, 계약서 작성 방법, 웹 마케팅 방법 등 비즈니스 노하우도 가르치고 있다.
“현재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요코하마 등에 총 6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해마다 입학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올해 입학한 학생은 1000명입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물려 수강자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고령자의 잠재적 수요가 있었던 거죠. 요양 시설에는 방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분이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화장을 해드리고 사진을 찍어드리면, 거의 말도 하지 않던 분이 활발하게 이야기하거나 웃음 띤 얼굴을 보인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보람이 돼요. 이런 사례를 졸업생이 SNS를 통해 알리면, 이 내용을 보고 수강하러 오는 학생도 많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간호 미용을 제공한 그룹과 제공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전자의 수면제 복용이 줄어든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실제로 피부가 건조하고 발바닥이 거칠어져 스스로 일어날 수 없게 된 분이 간호 미용사(케어 뷰티스트)가 주 1회 족욕과 보습 마사지를 지속적으로 해주자 발이 점차 깨끗해져 4년 만에 일어설 수 있었다는 사례도 있다.
“말기암 환자의 손과 발에 계속해서 오일을 바르고 마사지를 해준 사례도 있어요. 낮에 정성스럽게 케어를 해드렸는데, 그날 밤 환자분이 돌아가셔서 소식을 접한 간호 미용사가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해소해드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많은 분이 ‘이 일을 통해 인생의 행복을 찾는다’고 말합니다.”
경력 단절 미용사도 ‘활약’
간호 미용연구소는 일본 내에서도 최초로 시작된 사업이라 지난해 40회 정도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성 고령자만 미용 서비스를 이용할 거라는 편견과 달리 남성 고령자들도 서비스를 받는다고 한다.
요양 시설이나 방문 미용 이용 시간이 대부분 낮 시간대라 주부들도 육아를 하며 일할 수 있고, 그간 쌓아온 기술이나 경험을 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용료는 일반 미용실이나 에스테틱 살롱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된다.
한 주부는 한 달에 8일, 하루 1시간~2시간 반 정도 일하고 약 10만 엔(약 93만 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방문 미용 과정 졸업생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월 60만 엔, 케어 뷰티 과정 졸업자는 월 40만 엔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수강생은 본업을 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커리어로 간호 미용을 선택하고 있다.
“이·미용사 자격증이 있지만 일하지 않는 사람이 약 75만 명에 달합니다. 대부분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여성들이에요. 간호 미용이 이분들이 활약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본을 넘어 해외로
야마기와 씨는 앞으로의 목표를 전했다.
“2025년에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후기고령자(75세 이상)가 된다고 합니다. 이분들에게 미용이 삶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러기 위해 저희는 젊은 간호 미용 세대의 육성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도쿄를 비롯해 현재 6개 학교가 있고, 학생 수가 해마다 늘고 있어요. 중견 도시에서의 문의도 많아 앞으로 학교를 더 늘릴 계획입니다. 또한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미용에 관심이 많아 간호 미용 시장의 수요도 있으리라 판단합니다.”
고령자를 위한 의료나 요양 서비스는 국가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간호에도 미용 관점이 필요하다’는 야마기와 씨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시대를 한발 앞서갔다. 수강생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보람을, 이용자에게는 웃음과 건강을 선사하는 간호 미용연구소의 역할이 일본에서 비즈니스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