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시니어 라이프] 500명 할머니에게 일자리 제공 목표로 도전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43세의 젊은 창업가 오쿠마 미쓰루(大熊充) 씨와 평균연령 80세 할머니들의 성공 신화를 소개한다.
후쿠오카현(福岡県) 우키하시(福岡市)는 인구 약 2만 7700명 중 36%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 지역은 국가 전체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20년 후에는 인구의 거의 절반이 고령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의 독거 가구도 계속 증가하는 ‘초고령사회의 대표적 지방 도시’로, 빈집이 늘어 지역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자 커뮤니티가 쇠퇴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쿠마 미쓰루 씨는 할머니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 ‘우키하의 보물’(うきはの宝)을 설립했다.
할머니들과 새로운 도전
오쿠마 씨는 20대 중반 오토바이 사고로 큰 부상을 입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며 4년 동안 입원 생활을 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에게 함께 병실을 쓰던 할머니들이 과자를 건네며 말을 걸었다. 오쿠마 씨는 이때 삶의 가치를 깨달았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병실 할머니들이 계속 말을 걸어왔지만 저는 마음을 닫고 무시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분들의 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시는 걸 보고 ‘아, 생명은 유한하구나. 살아 있는 나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수십 곳의 회사에 지원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오토바이 부품 판매 사업을 시작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한편,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들에게 보답하고자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집에서 병원이나 슈퍼까지 무료로 모셔다드리고 다시 집으로 모셔오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때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금이 있지만 생활이 빠듯하다”, “일할 곳이 없어서 문제”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떤 할머니는 일주일 동안 만난 사람이 오쿠마 씨밖에 없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오쿠마 씨는 할머니들의 고립을 해소하고자 사업 계획을 세웠고, 2019년 10월 ‘우키하의 보물’을 설립했다. 그의 목표는 ‘500명의 할머니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할머니들이 일할 필요가 있냐’거나 ‘99% 망할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오쿠마 씨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기에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우키하의 보물은 ‘할머니 식당’을 운영했다. 할머니들이 직접 요리하고 접객하는 식당이다. 산나물을 듬뿍 이용해 소박하면서도 맛있는 요리가 인기를 끌었지만, 하루 일과를 마치면 할머니들이 지친다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식당 운영이 중단되면서 오쿠마 씨는 심사숙고 끝에 식품 가공 사업을 하기로 했다. 지역 전통 레시피를 활용한 만능 조미료, 센베이, 감말랭이, 쑥으로 만든 찐빵 등을 개발하고 후쿠오카 시내에서 개최되는 행사장에서 판매했다. 특히 할머니들이 60일간 정성껏 숙성시킨 ‘꿀맛 고구마말랭이’는 후쿠오카현지사(福岡県知事) 상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직접 먹어보니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달콤했다. 할머니들의 정성이 듬뿍 담긴 맛이다.
우키하의 보물에서 일하는 직원 18명 중 12명이 할머니다. 77세에서 93세까지 할머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쑥을 채취해 납품만 하는 98세 할머니도 있다.
처음에는 할머니들과 일하는 데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다. 겉으로는 사이가 좋아 보였지만 사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실 사이가 좋지 않거나, 70대와 80대의 의견 충돌로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사이좋은 할머니들을 팀으로 묶고, 팀별로 요일을 다르게 출근하도록 해 서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의 중심에 있던 할머니들은 자연스럽게 회사를 떠났다. 지금은 젊은 아르바이트 사원을 뽑을 때는 오쿠마 씨가 면접을 보지만, 할머니들을 신규 채용할 때는 기존 할머니들에게 면접을 맡긴다.
히트 상품 ‘할머니 신문’
우키하의 보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매월 발행하는 ‘할머니 신문’이다. 처음 기획 의도는 젊은이들에게 할머니의 지혜를 전한다는 것이었지만, 독자의 70%가 할머니들이어서 콘텐츠를 재정비했다. 할머니들의 삶의 방식, 인생 상담, 헤어스타일, 패션, 요리 레시피 등 할머니 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코너를 마련했다. ‘할머니 신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젊은 독자들이 보내는 인생 상담 코너다.
“미야코(みやこ, 88), 도키에(ときえ, 77), 게이코(けい子, 82) 할머니가 질문에 답해주는 코너로 아주 인기가 많아요. 다른 인기 코너는 요리 레시피예요. 지난번에는 요거트를 이용한 요리법을 소개했고, 요거트 회사로부터 광고료도 받았어요.”
신문에 소개된 내용을 보니 사이타마현에 거주하는 40세 주부가 ‘시어머니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고민을 보내왔다. 도키에 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며느리도 시어머니를 잘 활용하세요. 아이들을 봐달라고 부탁하고 본인은 친구도 만나고 여가를 즐기는 거예요. 시어머니께서는 손자 돌보는 것을 반가워하실 거예요. 다만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마세요. 가족이라도 얼굴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 서로 배려하고 도와줄 필요가 있어요.”
미야자키현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노후에 돈이 부족할 것 같아 걱정이에요. 어떻게 하죠?’라는 고민을 보냈다. 게이코 씨는 “세상에 쉽게 돈 벌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성실하게 일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 조금씩 차곡차곡 모으면 돼요. 모아두면 언젠가는 꼭 쓸모가 있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이 신문을 읽은 전국의 독자들은 매월 100건 이상 전화를 걸어온다. ‘자신도 일할 곳을 찾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고 한다. 오쿠마 씨는 “독자분들이 ‘할머니 신문’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며 전화를 끊지 않으려고 하세요. 외로움을 느껴 대화 상대가 필요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돼, 젊은 리더들이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곳을 많이 만들어주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살리자! ‘할매·할배 카페’
우키하의 보물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할머니들은 주 2~3회, 하루 3~4시간씩 일하며 월 4만~5만 엔을 번다. 후쿠오카현 최저임금 기준이다. 현재 전체 매출은 연간 약 5000만 엔이며 식품 제조가 50%, 할머니 신문이 40%, 강연료 등이 10%를 차지한다. 오쿠마 씨의 매출 목표는 약 1억 엔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커지면 다른 지역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재현해보려고 한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새로 시작하는 비즈니스에 대해 설명했다.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와 구루메시(久留米市)에서 ‘할매·할배 카페’(ジーバーカフェ)를 준비하고 있어요. 빈집이 늘어나고 있으니 작은 아파트를 운영하는 대표님들이 1층을 무료로 빌려줄 테니 개조해서 카페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카페에는 피자 굽는 가마도 설치할 예정인데요. 아파트에 거주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일하고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에요.”
이 카페의 어르신 일당은 1500엔으로, 당일 매출의 30%를 추가로 분배할 예정이다. 메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직접 결정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한다. 2025년 초 오픈을 목표로 하는 카페는 현재 공사 중이다. 오쿠마 씨는 마을 활성화로 빈집을 줄이고 건물주도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모두에게 이로운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꿈꾼다. 할매·할배 카페는 단순한 수익 창출 공간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일과 보람을 찾고, 지역 주민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공동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허브가 될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오쿠마 씨에게 힘든 점은 없는지 묻자 “할머니들이 깜빡깜빡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느 날 주요 멤버 세 분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전화를 해보니 ‘오늘 출근하는 날이었어?’라고 물으시더라고요. 하지만 하루 종일 집에서 TV만 보던 할머니가 이곳에 와서 친구도 생기고 ‘일하는 게 즐겁다!’며 점점 더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소 짓는 그의 얼굴에서 할머니들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여전히 일할 수 있는 고령자를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는 일본이 직면한 주요 과제다. 오쿠마 씨에게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단순 일자리 제공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고령자가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자신만의 역할과 삶의 의미를 찾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쿠마 씨는 “젊은이들과 할머니들이 함께 일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라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젊은이와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쇠락하는 지역사회를 되살리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