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헬스] 무거운 물건은 함께… 스트레칭으로 긴장 풀어야
김장은 김치 없는 밥상을 상상할 수 없는 한국인에겐 중요한 연례행사다.김장은 분주히 움직여도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고된 노동이다. 특히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요인이 많아 시니어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이면 김장을 한 뒤 허리 통증이 나타나 병원을 찾는 시니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김장은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에 주로 가정집 거실 바닥이나 베란다에서 진행한다. 바닥에 앉아 허리를 앞으로 구부린 채 일하면 서 있을 때보다 2~3배 이상의 하중이 허리에 전해진다. 이를 반복하며 장시간 무거운 배추나 김치통을 옮기다 보면 강한 압력과 부담이 척추 뼈와 뼈 사이 디스크(추간판)에 누적돼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시니어의 경우 척추 주변에서 뼈와 디스크를 지탱해주는 근육과 인대가 약하기 때문에 척추 손상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쌀쌀해진 날씨도 위험 요소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이 쉽게 경직돼 갑작스럽게 무거운 물건을 들어 무리할 경우 증상의 발생 빈도 및 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러한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김장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좋다. 김장은 준비된 재료들을 식탁 위에 얹어 가급적 허리를 꼿꼿하게 편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베란다나 야외에서 김장을 할 경우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낮은 온도로부터 척추를 보호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거운 배추나 김치통을 옮길 때는 바퀴 달린 도구를 이용하거나 여럿이 함께 드는 것이 좋으며, 김치 보관 시 작은 통에 여러 개로 나눠 담는 것이 무게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고, 김장이 끝난 후에는 무리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권장한다.
그럼에도 김장 후 허리 통증이 느껴진다면 간단한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허리 건강 상태를 파악해볼 수 있다. △묵직하고 쑤시는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통증이 허리에서 시작돼 엉덩이, 허벅지 및 종아리로 이어지고 땅기거나 저린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기침을 하면 허리가 울리며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의 보존적 치료를 위해 침 치료와 추나요법, 한약 처방 등을 실시한다. 침 치료는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의 긴장 완화에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틀어진 척추의 위치를 올바르게 교정하는 추나요법, 뼈에 영양을 공급하고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특히 허리 통증에 대한 침 치료 효과는 연구 결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허리 통증 환자가 침 치료를 받았을 때 요추 수술률이 3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리 통증 발생 후 일주일 내 침 치료를 받은 환자는 침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수술률이 45% 낮았다. 보존적 치료가 수술률을 낮추는 중요한 대안이 되는 셈이다.
허리 통증이 극심한 급성 허리디스크 질환자의 경우 동작침법(MSAT)을 활용해 즉각적인 통증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환도혈, 협척혈 등 척추 주변 주요 혈자리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환자의 능동적·수동적 움직임을 유도해 통증을 줄이는 응급 침술이다. 자생척추관절연구소가 통증의학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 ‘PAIN’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 치료를 받은 급성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30분 만에 요통이 4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진통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통증 감소폭은 8.7%에 그쳤다.
김장은 김치를 통해 가족과 친척, 이웃과 정을 나누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다.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김장,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등재되며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김장 문화를 지켜나감과 동시에 본인의 척추 건강도 지키기 위해 무리한 동작은 삼가고 건강한 김장철을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