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니어문화네트웍스 김철수 이사장… “사진전·공연·강좌 등 활약할 무대 만들고 파”

“이제는 오래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끝까지 나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김철수 한국시니어문화네트웍스 이사장은 은퇴 뒤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남는 시간을 견디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자기답게 채워 가느냐에 있다고 봤다. 사진을 찍고, 노래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무대에 서고, 누군가 앞에서 자기 작품을 내보이는 일. 그는 그런 장면들이야말로 시니어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이런 생각에 이른 계기는 실버타운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그는 약 5년 전 서울시니어스분당타워에 입주했다. 당시 60대 후반으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했고, 처음에는 자신보다 훨씬 연배가 높은 이들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다소 낯설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생겼다. 현역 시절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이들도 은퇴 뒤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면 예상보다 빨리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직장에서 은퇴한 뒤, 삶에서도 함께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조금만 더 사회와 연결돼 있다면 충분히 자산이 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버타운을 선택한 기준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시설이나 주변 환경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살 곳이라면 운영자의 철학을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실버타운은 며칠 머무는 호텔이 아닙니다. 노년의 시간을 오래 보낼 곳이라면 시설보다도 운영자의 철학을 봐야 합니다. 입주자를 어떤 시선으로 대하는지는 식사 운영이나 직원들의 태도 같은 작은 부분에서 결국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문화예술, 취미를 넘어 삶의 표정을 바꾸는 힘
그는 노년의 여가를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활동으로 보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나이가 들어서도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품위 있는 방식이 문화예술이라고 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무대에 오르고, 사진을 찍는 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표정을 바꾸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화예술이 삶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게 하는 통로이자, 시니어에게는 삶의 연장이 아니라 삶의 재구성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는 자신의 경험도 녹아 있다. 그는 색소폰을 10년 가까이 배웠고, 그 과정에서 시니어 아마추어들이 느끼는 갈증을 가까이서 봤다. 연주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무대는 적었다. “연주를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설 무대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리 밑에서 연주하고, 길가에서 악기를 부는 모습도 흔히 보게 되지요. 그런데 그중에는 정말 수준 있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자신을 표현할 무대를 마련해 드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한국시니어문화네트웍스의 설립을 구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전문 예술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랫동안 취미와 재능을 갈고닦았지만 발표할 기회가 없었던 시니어 아마추어들을 돕고 싶었다. 김 이사장은 “저희가 주목하는 분들은 프로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취미로 실력을 쌓아 왔지만,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발표할 기회가 줄어든 분들입니다. 그런 아마추어 시니어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내 사회와 연결해 보자는 것이 이 단체의 출발점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시니어문화네트웍스는 공연과 전시의 기회를 넓히고, 시니어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시니어 세대에게는 생계 못지않게 자존감의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오래 살게 하고, 보살피고, 돌봐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나도 아직 사회 안에서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살려 줘야 하는데, 그 가장 좋은 통로가 문화예술입니다.”

시니어가 활약할 다양한 무대 만들 것
한국시니어문화네트웍스의 첫 활동도 무대 위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로부터 사단법인 허가를 받은 직후,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 내 송도아트홀에서 연주, 무용, 댄스, 패션쇼를 결합한 시니어 아마추어 복합 공연을 열었다. 설립 20일 만에 올린 무대였지만 350석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관객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연출에 신경을 썼어요. 바이올린이 나오고, 색소폰이 이어지고, 무용과 패션쇼가 뒤따르는 식으로 리듬을 살렸지요. 시니어 관객들도 충분히 집중해서 즐길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사진전도 준비 중이다.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8일까지 서울시의회 중앙홀에서 ‘제1회 KSCN 시니어 아마추어 사진 공모&전시회’를 연다. 주제는 ‘서울, 나의 봄’이다. 만 60세 이상 아마추어 사진가를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했고, 우수작 30점이 전시된다. 27일에는 시상식도 진행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사진전을 두고 시니어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작품 앞에 서 보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즐거움보다 의미를 더 찾게 됩니다. 무엇을 남겼는지, 무엇을 표현했는지, 누구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지요. 그런 점에서 무대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이사장은 이 단체의 운영 방식에 대해, ‘네트워크’라는 이름에 답이 있다고 했다. 음악, 미술, 문학, 패션, 출판, 교육, 홍보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이사진과 운영진으로 묶어 두었고, 각자가 자기 분야의 인맥을 다시 불러오는 구조라는 것이다.
“문화예술 단체들이 특정 장르 중심으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처음부터 종합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러 분야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으면 공연이든 전시든 훨씬 입체적으로 풀어낼 수 있겠더군요. 실제로 설립 4개월 만에 별다른 홍보 없이 회원 수가 400명을 넘었습니다. 올해 안에 천 명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정도 기반이 생기면 꽤 많은 일을 함께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러한 활동이 시니어 정책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복지가 더 오래 살게 하는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시니어가 끝까지 ‘나’로 살게 하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니어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주체로 봐야 한다고 했다.
“기회를 주고 무대를 열어 주면 시니어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제는 시니어를 단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자 문화의 주체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