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귀촌 기획 ②] 김문호 궁평어촌체험마을 사무장
귀어 전 주유소를 경영했던 김문호 씨는 지속된 재정난으로 생계에 타격을 받자 도시 생활에 지쳐갔다. 그때 김 씨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 아닌 궁평항의 어촌계장. 인근 주말농장을 오가다 만난 인연이었다. 어촌계장을 따라 궁평항에 발을 들인 것은 2012년. 넓은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다 보니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재밌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뒤로 매주 궁평항 주민분들께 눈도장을 찍었죠.”
김 씨가 귀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봉사’다. 처음 3년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돕고, 도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먼저 나섰다. 수익 사업보다 주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서다. “처음 궁평항에 왔을 때는 어촌계장님 이외에 마을 주민분들과 교류가 없었어요.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신 거죠. 폐허처럼 버려져있던 공간을 보수하고, 마을에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어느새 어르신들이 제게 말을 걸기 시작하셨어요.”
2015년 본격적으로 궁평항에 자리 잡은 뒤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궁리하던 차에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마을에 왜 체험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체험 분야를 발전시켜보고 싶은 마음에 어촌계장과 의논한 후 호기롭게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맡아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하나둘 늘리다 보니 자잘하게 투자할 일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 5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허탈하기도 했죠. 수입은 하나도 없는데 일은 계속 늘어나고,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그래도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고, 마을에 애정을 품으니 버틸 수 있었죠.”
궁평항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 김문호 씨는 인내를 갖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몸이 지치고 힘들기도 했지만, 돈벌이부터 생각했다면 지금까지 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직장 다니면서 여러 외압을 받느니 주민분들과 도란도란 어울려 사는 게 더 좋기도 하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트보트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에요. 힘쓴 만큼 마을이 더 유명해져서 관광객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