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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는 41세부터" 말하지만… 현실은 70대까지 근로

기사입력 2022-04-11 16:36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노후 준비 부족 이유로 생계ㆍ자녀 꼽아

100세 시대에 ‘은퇴’와 ‘노후 준비’는 중요한 이슈다. 노후 준비는 40대부터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에게 이는 쉽지 않은 사정이다. 가족 부양 때문에 노후 준비 여력이 부족한 40대들은 70대까지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공개된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64세 경제활동자는 은퇴 후 여유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 41.5세부터는 은퇴·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답했다. 40대는 스스로 은퇴·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고 인식했으나, 실제 은퇴·노후를 위한 재무적 준비가 되어 있는 40대는 15.3%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40대의 은퇴·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부족한 이유는 성장기 자녀 양육과 동시에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재무적 준비 부족에 ‘가족 부양’ 영향력 응답률이 30대는 35.1%였으나 40대는 57.0%로 나타났다. 50대가 되어서야 55.3%로 소폭 감소했다.

(신한은행)
(신한은행)

40대의 재무 상황은 총소득과 소비액 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대는 혼자 벌고 쓰는 미혼가구가 많아 타 연령보다 총 소득(267만 원) 및 소비액(120만 원) 규모가 낮은 편이나, 30대부터는 기혼 가구가 많아지고 가구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가구 총소득과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40대의 가구 총소득은 552만 원으로 30대의 443만 원보다 1.2배 증가했다. 그러나 월 고정 소비액이 279만 원으로 총소득보다 더 많은 1.4배 증가하면서, 부채와 저축·투자액은 소득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했다. 50대가 되어서야 소득 증가폭인 1.1배만큼 소비, 저축·투자액 등이 늘어나며 전반적인 가계 경제가 안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 소비액을 보면 40대가 가족 부양에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0대는 월 평균 고정 소비액이 200만 원이며, 식비 51만 원, 교육비 16만 원, 용돈 지급이 9만 원이다. 40대는 월 평균 고정 소비액이 279만 원으로 30대보다 79만 원이 오르는데 대부분 가족을 위해 썼다. 식비가 64만 원으로 올랐고, 교육비가 5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용돈 지급은 16만 원이었다. 50대는 식비 61만 원, 교육비 43만 원으로 줄고, 용돈 지급이 19만 원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 40대는 가족을 위한 고정 지출은 많지만 본인의 노후를 위한 저축액은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40대의 노후 자금 저축 금액은 27만 원으로 월 소득 대비 저축 금액을 비교하면 4.9%로 30대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현재 부담하는 지출이 많음에도 40대의 45.7%는 내년 소비 지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앞으로도 노후를 위한 자금 준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노후 준비가 어렵다 보니 40대의 절반 이상은 은퇴 후에도 소득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40대의 57.2%가 정년인 65세 이전에 은퇴를 예상했으며, 58.4%는 정년을 넘긴 65세 이후에도 소득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7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할 거란 응답도 33.2%였다.

그렇다면 50~64세의 은퇴 준비 현황은 어떨까. 50~64세의 단 18%만이 현재 노후 준비 상태에 만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 50~64세 경제활동자는 현재 재무적 은퇴 준비 상태와 무관하게 모두 44~45세에는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50~64세는 노후와 관련해 ‘준비되어 있음’ 18.5%, ‘비슷함’ 37.7%, ‘준비 부족함’ 43.8%로 각각 답했다. 재무적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응답한 50~64세의 총자산은 10억 8128만 원으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이들의 총자산인 4억 5230만 원보다 2.4배인 6억 2898만 원 많았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금융 자산은 1억 6566만 원, 부동산 자산은 8억 5748만 원, 기타 자산은 5814만 원을 보유했는데, 재무적 준비가 부족한 50~64세보다 모든 항목에서 2배 이상 많았다.

재무적 준비자는 월평균 저축·투자액 175만 원 중 69만 원(39.4%)을 노후 자금을 위해 정기저축하는 반면, 준비 부족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만 원 중 13만 원(16.3%)만이 노후를 위한 저축이었다.

50~64세의 80% 이상은 ‘연금’을 은퇴 후 활용할 주소득원으로 예상했다. 재무적 준비자는 연금과 더불어 모아둔 보유 자산, 투자 수입 등을 은퇴 후 생활비로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준비 부족자는 노령수당 등 공공지원을 기대하는 비중이 더 컸으며, 은퇴한 후에도 소일거리 수준의 근로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경우도 26.9%로 나타났다.

재무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비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재무적 은퇴 준비 여부에 따른 차이가 컸다. 재무적 준비자의 60% 이상은 건강 상태, 은퇴 후 여가·취미 활동, 가족 및 지인 관계가 우수하다고 응답한 반면 준비 부족자는 비재무적인 준비 상태 역시 부족하다고 인식했다.

재무적 준비 부족자의 78.7%는 '생활비 때문에 여력이 없어서', 45.0%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부양·지원하느라'를 이유로 꼽았다. 50대에서 60대로 은퇴가 다가올수록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은 조금 줄었지만 예상치 못한 목돈 지출이 많았고, 은퇴 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과소평가했다는 인식도 더욱 커졌다.

그런가 하면, 전 연령대의 과반 이상이 60대 이후 은퇴를 예상하지만, 2030대의 6.4%는 30~40대에 은퇴를 고려하는 파이어(FIRE)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2030대의 은퇴 예상 평균 연령을 보면, 50대 이전 은퇴를 꿈꾸는 조기 은퇴 계획자는 41세,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는 68세로 27세 차이를 보였다.

조기 은퇴 계획자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은 381만 원으로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보다 23만 원 더 벌었다. 이들의 78.2%는 본인의 경제력 수준이 또래와 비슷하거나 높다고 인식했으나, 정년 이후 은퇴 계획자는 42.6%가 또래보다 낮다고 생각했다.

한편,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는 전국 20~64세 경제활동인구 1만 명을 대상으로 전자우편 설문을 통해 조사·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성됐다. 지난해 국내 경제활동가구의 월평균 총 소득은 전년 대비 3.1%(15만 원) 증가한 493만 원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486만 원)을 회복했으며, 저·고소득층 간 월평균 가구 총소득 격차는 4년 내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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