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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녀~

기사입력 2020-04-14 13:47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녀~”

너도 알다시피 힘들거나 복잡한 상황이 발생하면 앞집 할머니께서 쓰시는 말이다. 그런 그 분이 요즘은 그 말씀을 달고 사시는 걸 보니 확실히 힘든 시기인 것 같다. 그리고 평생 받았던 전화보다 더 많은 네 전화를 이틀이 멀다하고 받으면서, “코로나19 위험 연령층에 속하니 꼼짝 마라”는 잔소리를 듣는 걸 보니 난리가 맞는가 보다.

네가 좋아하는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전체주의와 개인주의,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쇄국과 개방 사이의 선택들이 미래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전망보다 아래와 같은 경험에 의한 아빠의 느낌이 더 맞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반공도덕’ 과목을 배우며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했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련을 받으며 학도호국단 활동을 했던 대학까지의 교육을 받으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잘못 되시면 그 즉시 남침을 받아 적화통일이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그 후… 나라가 안 망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함께 시작한 통행금지는 가장들에게 합법적 외박의 핑계를 제공했다. 오늘날의 연인들은 마지막 배를 놓치기 위하여 주말에 시간을 내어 섬 지역까지 가야 하지만, 당시의 우리는 통금을 잘 활용해 매일 막차를 놓칠 수 있었다. 마음을 온전히 허락해야만 겨우 손을 잡았던 그 당시, 통금은 그렇게 속도위반에 따른 결혼률 상승의 기회로 활용되었다. 그래서 통금의 해제는 사회적 방종과 범죄의 양산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후... 그냥 그대로 건전했다.

교복과 까까머리 두발은 학생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매일 아침이면 교문에서 규율부가 복장검사를 하였다. 그리고 방과 후 문제 행위가 발생했을 때, 교표가 달린 모자와 명찰로 오늘날의 CCTV 못지않게 비위 학생들을 잘도 찾아내었다. 따라서 교복/두발 자율화가 되면 모두 불량학생이 되어 다 망가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후… 애들의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컬러텔레비전 방송 개시는 과소비를 유발한다며 시기상조라 했는데 오히려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였고,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도덕과 윤리는 땅에 떨어져 금수와 같은 세상이 될 것이라 했는데 그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 즉 새로운 경험은 늘 두렵다. 코로나19 이후는, 한 국가의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또 다양한 부문에 걸쳐 상당한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부정적인 변화가 상당할 수도 있다. 네 말대로 인간끼리 어울리는 면대면 기회의 상실로 재미없는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아라. 너도 내가 가르쳐 준 야구와 탁구를 친구들과 안 하고 스타크래프트 게임 사달라고 졸라, 네 방문 잠그고 매우 즐겁게 중학교 생활을 보내지 않았느냐? 나도 육십을 넘기면 인생이 재미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생김새와 성격이 다양한 손자들이 생기고 평생 같이 살아온 친구들의 행동과 생각이 변하는 경험을 하면서, 나름 심심하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 인생의 각 단계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은 거의 일정한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 힘든 기억조차도 추억으로 변해 간다. 그러니 언제까지 코로나19 이전의 시대를 그리워하면서 살겠느냐? 유발 하라니 교수가 나보다 젊어서 예리하고 또 박식하지만, 인생의 실제 현장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아버지의 경륜을 믿고 다가 올 세계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 세대가 겪어온 앞서의 경험들과 마찬가지로, 너희들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며 잘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고 아들아, 너무 밖으로 내두르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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