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스크린 주연작, 파리한국영화제 관객상 수상하며 호평

배우 김혜옥 주연의 영화 ‘흐르는 여정’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개봉한 이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도 계속되는 삶과 새로운 인연의 의미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흐르는 여정’(김진유 감독)은 남편과 사별한 60대 여성 춘희(김혜옥 분)의 이야기다. 홀로 남겨진 춘희는 남편이 남긴 피아노와 자동차를 가지고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한다. 건강 문제로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그에게 뜻밖의 만남이 찾아온다.
독일로 입양됐다가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지휘자 민준(저스틴 민 분),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년 성찬(박대호 분), 나이 차이를 넘어 춘희의 친구가 된 나경(공민정 분)이다. 각자 다른 사연을 품은 이들은 음악과 일상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이들의 관계는 혈연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제시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김혜옥의 연기다. 오랫동안 드라마에서 다양한 어머니의 모습을 연기해온 그는 16년 만의 스크린 주연작에서 한 여성의 삶과 내면을 온전히 보여준다. 춘희가 간직한 상실의 아픔부터 새로운 인연을 통해 느끼는 기쁨까지, 여러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한다.

김혜옥에게 이번 영화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춘희의 삶이 자신의 실제 모습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고 밝혔다. 같은 1958년생이라는 점부터 요리에 서툰 모습, 살아오며 겪은 이별의 경험까지 여러 부분에서 자신과 닮은 점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김혜옥은 ‘흐르는 여정’을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향한 ‘추모의 영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떠나보낸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연기에 담았으며, 촬영하는 동안에도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배우 자신의 삶과 경험이 춘희라는 인물에 깊이를 더한 셈이다.
영화는 최근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일 폐막한 제21회 파리한국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장편 관객상을 수상했다. 앞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과 KBS독립영화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연출을 맡은 김진유 감독은 영화 ‘나는보리’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죽음과 이별을 바라보는 시선에 더해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인물들이 하나의 관계로 이어지는 과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흐르는 여정’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만남이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수록 피할 수 없는 이별과 상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 새로운 관계는 또 다른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가족과 함께 관람한다면 서로의 삶과 남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될 만하다. 전체관람가로 상영시간은 12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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