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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500년 답사② 조선 왕실의 뿌리

기사입력 2018-06-27 11:10

풍패지향(豊沛之鄕) '전주'

전주(全州)는 조선 왕실 가문의 관향(貫鄕)으로 전주 이씨의 시조(始祖)와 조상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즉, 조선 왕실의 뿌리가 그곳인데 전라도의 수부(首府) 전주(全州)로 부르기보다 '풍패지향(豊沛之鄕)'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 높이 섬기고 받든다.

이는 천하를 최초로 통일한 중국의 진(秦) 나라가 3대를 넘기지 못하고 멸망한 후 다시 재통일한 한나라 유방(劉邦)이 강소성의 작은 시골 풍패(豊沛) 출신임을 빗대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관향을 일컫는 말이니 전주를 풍패향(豊沛鄕)이라거나 풍패지향(豊沛之鄕)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그래서 지금 전주성은 다 없어지고 남쪽 성문만 남았는데 그 이름이 풍남문(豊南門, 풍패지향 전주의 남문)이며, 전국의 객사(客舍) 중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된 전주 객사의 주관(主館)에 걸린 편액에는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고 씌어 있으니 이러한 내력을 모르면 왜 전주를 풍패향(豊沛鄕)이라고 부르는지 또한 풍패지관(豊沛之館)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사신 주지번의 글씨 '풍패지관(豊沛之館)'이 크게 써진 전주 객사 주관(主館) 현판.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현재는 주관과 동익헌, 서익헌, 고직사 등이 남아 있으며 보물 제583호이다.(김신묵 동년기자)
▲중국 사신 주지번의 글씨 '풍패지관(豊沛之館)'이 크게 써진 전주 객사 주관(主館) 현판.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현재는 주관과 동익헌, 서익헌, 고직사 등이 남아 있으며 보물 제583호이다.(김신묵 동년기자)

▲지금은 없어진 전주읍성의 남문 풍남문(豊南門), 영조 43년(1767) 대화재로 불타 버린 것을 관찰사 홍낙인이 복구하면서 옛 이름 명견루(明見樓)를 풍남문으로 고쳐 불렀다. 풍패향의 남문이라는 뜻인데 보물 제308호이다.(김신묵 동년기자)
▲지금은 없어진 전주읍성의 남문 풍남문(豊南門), 영조 43년(1767) 대화재로 불타 버린 것을 관찰사 홍낙인이 복구하면서 옛 이름 명견루(明見樓)를 풍남문으로 고쳐 불렀다. 풍패향의 남문이라는 뜻인데 보물 제308호이다.(김신묵 동년기자)


시조묘역(始祖墓域) 조경단(肇慶壇)

전주 이씨의 시조는 신라의 사공(司空) 벼슬을 지낸 이한(李翰)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에게 21대 조가 되는데 전주에서 태어나 살았다고 하나 자세한 기록이나 자취는 없으며 ‘건지산에 묘소가 있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태조 이성계는 건국 후 이곳을 묘역으로 정하여 지키도록 하였으며 영·정조 때에 이르러 실태조사를 하였으나 묘소의 실체는 찾지 못하였으며 1899년(광무 3) 고종황제가 단을 쌓고 비석을 세워 대한조경단(大韓肇慶壇)이라 명명하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다.

▲시조묘 조경단(肇慶壇), 1만여 평 주변에 돌담을 쌓고 사방 네 곳에 문을 내었다. 전해오는 바와 비슷한 무덤 형태가 있었으나 확실치 않아 중앙에 단(壇)을 쌓았으며 고종의 어필(御筆) 비석이 있는 비각이 보인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3호이다.(김신묵 동년기자)
▲시조묘 조경단(肇慶壇), 1만여 평 주변에 돌담을 쌓고 사방 네 곳에 문을 내었다. 전해오는 바와 비슷한 무덤 형태가 있었으나 확실치 않아 중앙에 단(壇)을 쌓았으며 고종의 어필(御筆) 비석이 있는 비각이 보인다. 전라북도 기념물 제3호이다.(김신묵 동년기자)


조경묘(肇慶廟)와 경기전(慶基殿)

조경단이 시조묘역이라면 조경묘는 시조를 모신 사당이다. 전주가 전주 이씨의 발상지라 하여 전국 유생의 상소에 의하여 1771년(영조 47)에 창건되었는데, 위패 ‘시조고신라사공신위(始祖古新羅司空神位)’와 ‘시조비경주김씨신위(始祖妣慶州金氏神位)’는 영조의 친필이다.

동학혁명 때는 경기전의 태조 영정과 함께 시조와 시조비 위패를 위봉산성(威鳳山城)으로 이안하여 보존하였다고 한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즉 어진(御眞)을 모신 경기전 뒤쪽에 홍살문을 세운 조경묘는 늘 잠겨있어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전주가 조선왕실의 뿌리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시조를 모신 사당 조경묘, 하마비에서 말을 내려 홍살문을 지나 외삼문을 들어서면 내삼문과 본전으로 이어지는데 본전 내부에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6호이다.
▲시조를 모신 사당 조경묘, 하마비에서 말을 내려 홍살문을 지나 외삼문을 들어서면 내삼문과 본전으로 이어지는데 본전 내부에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6호이다.

시조의 위패를 모신 조경묘는 경기전 안에 있지만 별개의 영역으로 관리되며, 영조가 자신의 서자 콤플렉스를 의식하여 조상을 잘 모시는 위선(爲善) 대책으로 추진하였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에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을 모신 경기전은 조경묘보다 훨씬 앞선 태종 10년(1410)에 세워졌는데 당시 명칭은 어용전(御容殿)이었다가 진전(眞殿)으로, 다시 경기전으로 바뀌었다.

태조의 어진은 애초 26폭이 전해져 나라 곳곳에 진전(眞殿)이 있었으니 전주는 경기전, 경주는 집경전, 평양은 영숭전이라 이름 지었으며 현재의 경기전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6년(1614)에 다시 고쳐지었으며 사적 제339호이다. 경기전의 태조 어진(御眞)은 고종 9년(1872) 당시 어진이 낡고 해져 새로 제작한 것으로 원본을 옮겨 그린 모사본(模寫本)이자 유일하게 남아있는 태조 어진이며 국보 제317호이다.

참고로 태조에서 철종까지 25대 임금중 현존하는 어진은 태조, 영조, 철종뿐이다. 이는 여러 차례의 전란으로 소실되었기 때문이며 특히 6.25 전쟁 때 부산으로 이안 했다가 1954년 창고에 불이나 대부분 타버리고 말았다.

▲경기전 밖에 세워진 하마비는 매우 특이하다. 2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구조가 인상적이며 모두 대리석으로 至此皆下馬(지차개하마, 여기에서는 누구나 말에서 내려라.) 雜人毋得入(잡인무득입, 잡인은 들어오지 말라) 새겼다.
▲경기전 밖에 세워진 하마비는 매우 특이하다. 2마리의 사자가 받치고 있는 구조가 인상적이며 모두 대리석으로 至此皆下馬(지차개하마, 여기에서는 누구나 말에서 내려라.) 雜人毋得入(잡인무득입, 잡인은 들어오지 말라) 새겼다.

▲입장권을 끊고 경기전 정문을 들어서면 외삼문, 내삼문을 일직선으로 지나 왕릉의 정자각 형태로 지은 보물 제1578호 정전(正殿)에 이르게 되는데 내부에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되어 있다. 물론 진본은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이곳에는 모본(模本)을 전시 중이다.
▲입장권을 끊고 경기전 정문을 들어서면 외삼문, 내삼문을 일직선으로 지나 왕릉의 정자각 형태로 지은 보물 제1578호 정전(正殿)에 이르게 되는데 내부에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되어 있다. 물론 진본은 수장고에 보관 중이며 이곳에는 모본(模本)을 전시 중이다.

▲ 태조 이성계 어진(御眞), 가로 150㎝, 세로 218㎝ 크기로 임금이 쓰는 모자인 익선관과 청색 곤룡포를 입고, 용상에 앉아있는 정면 전신상으로 국보 제317호이다.
▲ 태조 이성계 어진(御眞), 가로 150㎝, 세로 218㎝ 크기로 임금이 쓰는 모자인 익선관과 청색 곤룡포를 입고, 용상에 앉아있는 정면 전신상으로 국보 제317호이다.

우리가 곤룡포(袞龍袍)라고 하면 붉은색 홍포(紅袍)를 떠올리는데 이성계는 청색 곤룡포를 입었다. 이에 대하여 개국 초기에 나라를 열었기에 청색이라거나 중국에서 아직 정식 인준을 받지 못하여 그렇다는 주장 등이 있는데 명확하지는 않다. 세종 때에 이르러 명나라에서 곤룡포를 보내왔다고 하니 그 이전에는 전 왕조인 고려의 습속을 이어받아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조선왕실의 뿌리라고 부르는 전주에는 전주 이씨의 시조묘인 조경단과 사당 조경묘, 그리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있어 조선왕조를 연구하고 답사하자면 꼭 들려보기를 권하는 곳이다.

게다가 경기전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전주사고(全州史庫)가 있었던 곳으로 지금도 옛 사고터가 남아 있으며, 7대 임금 예종(睿宗)의 태실과 태실비가 있는데 이는 원래 완주의 태봉산에 있던 것으로 전라북도 민속자료 제26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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