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까 그 얘기 했잖아.” “그래? 내가 또 했어?”
대화를 하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같은 말을 여러 번 하거나, 이미 했던 질문을 다시 꺼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 ‘혹시 기억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따라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말을 반복하는 현상이 곧바로 치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기억과 주의력 변화의 한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는 2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억력·집중력 변화가 노년기에 상당히 흔한 현상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치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억이 아니라 ‘주의’의 문제일 수도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억력이 나빠져서만은 아니다. 많은 경우는 처음부터 정보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화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TV를 보며 동시에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그렇다. 이럴 때는 정보가 뇌에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 같은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이는 ‘주의력 저하로 인한 기억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때문에, 기억이 사라진다기보다 제대로 입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반복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회상 방식의 변화’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정보보다 익숙한 기억을 더 쉽게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과거 이야기나 이미 했던 말을 반복하는 일이 늘어난다. 특히 감정이 담긴 기억일수록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가족 이야기, 과거 경험, 익숙한 일상 이야기가 계속 등장하는 이유다. 이는 뇌 기능 저하라기보다 기억 사용 방식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 반복과 치매는 어떻게 다를까
일반적인 경우에는 대화 중 반복은 있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고, 지적하면 “아, 내가 또 얘기했네”하고 인식한다. 또한 중요한 정보는 여전히 기억한다. 하지만 반면 치매의 경우에는 같은 질문을 짧은 시간 안에 반복하고, 이미 했던 말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대화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시간·장소에 대한 혼란이 동반되기도 한다. 즉 단순 반복은 기억의 속도나 주의 문제, 치매는 기억 자체의 손상이라는 차이가 있다.
말을 반복하는 일이 잦다면 생활 습관을 점검해보자.
첫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화를 할 때는 TV를 끄고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중요한 내용은 메모하거나 들은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내일 3시에 OO병원 간다”는 식으로 스스로 되짚어보는 습관이 기억을 강화한다.
셋째,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역시 뇌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 특히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주의력과 기억력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면 기억과 대화 방식은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그 변화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이를 무조건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 현재의 상태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반복은 일시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변화의 양상이 급격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