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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랩스틱 코미디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

기사입력 2019-01-03 08:39

깊은 겨울 셋째 토요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로 아주 재미있다는 코미디 연극을 보러 갔다. 원래 나는 약속이 있거나 공연을 보러 갈 땐 여유 있게 출발해 미리 도착해서 공연장의 포스터도 돌아보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는데 이날은 시간 체크를 잘 못 해서 3시 공연인데 광화문역에 도착하니 15분 전이었다. 준비성이 없으면 이렇게 조마조마하다는 걸 느끼며 마구 뛰었다. 평소 공연 보던 극장으로 갔더니 ‘M씨어터’는 옆쪽 건물이라고 해서 또 뛰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작을 많이 보았는데 대공연장과 소극장이 따로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다행히 5분 전이어서 무사히 늦지 않게 자리에 앉았다.

(세종문화회관 웹사이트)
(세종문화회관 웹사이트)

아직 연극이 시작하기 전인데 무대를 보니 두 명의 남녀 스텝이 아직도 무대장치를 손보고 있다. 여기저기 망치로 두드리고 물건을 옮긴다. 그러더니 객석에서 남자 관객 한 분을 데리고 가서 도와달라며 벽의 장식품을 들고 있게 했다. 이제 곧 극이 시작할 텐데 이상하다고 느낀 순간 그것도 극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고 모두들 박수를 보내며 웃었다. 내용보다도 배우의 연기가 매우 재미있었다. 슬랩스틱 코미디여서 이리저리 서로 부딪히고 넘어지고 기둥이 무너지는 등 왁자지껄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고 보면 예전 우리의 코미디는 슬랩스틱이 많았다. 서영춘 씨나 구봉서, 곽규석, 배삼룡 씨 등 많은 코미디언의 서로 부딪히고 넘어지는 코미디 연기를 보며 즐거웠던 시절이 있어 잠시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The play that goes wrong' 해석하면 뭔가 점점 더 잘못되어가는 연극으로 제목처럼 점점 망가지고 부서지는 코미디 연기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주말이어선지 젊은 직장인들의 단체관람이 많았는데 스스럼없이 “와하하” 웃고 공감하며 보는 모습이 좋아 보이고 부러웠다. 나는 재미있게 느껴도 손뼉이나 칠 뿐 별다른 리액션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처음 런던의 한 펍 앤 씨어터에서 코미디 단막극으로 시작했는데 2014년 웨스트엔드로 진출, 많은 호평을 받으며 지금까지 롱런하고 있다. 2015년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 코미디 상을 받았고 2017년에는 브로드웨이에 진출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하고 있는 가장 핫한 작품이라 한다.

(세종문화회관 웹사이트)
(세종문화회관 웹사이트)

이 작품은 내용보다도 연극이 진행되어 가는 상황이 매우 흥미롭고 웃음을 준다. 원래 나는 이렇게 몸으로 웃기는 연극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경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그동안 관람했던 연극이나 뮤지컬이 너무 진지해서였는지 오랜만의 코미디가 마음을 매우 즐겁게 해주어 기분이 좋았다. 극과 실제가 혼동되듯 배우들에 의해 사소한 실수가 벌어지고 그 실수는 점점 커지고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배우들은 벌컥 열리는 문에 부딪혀 뇌진탕을 일으키기도 하고 벽의 소품은 우당탕 떨어지고 음향장비와 조명도 고장 나고 시체가 살아나기도 하고 급기야 무대 전체가 무너지는 등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며 관객을 웃음바다에 빠뜨린다. 2018년 겨울, 삶에 지친 관객들의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유쾌한 연극이 될 것이라는 포스터의 멘트처럼 많이 웃고 환호를 보내며 매료되었던 즐겁고 재미있는 코미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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