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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희 독창회, 가장 편안하고 뿌듯했던 무대

기사입력 2018-10-17 10:31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지인의 남편이 10월8일 독창회를 한다고 해서 다녀왔다. 직업이 성악가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단지, 음악을 좋아해서 성악으로 독창회 무대에 서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독창회가 열린 서초문화예술회관 대강당은 647석이나 되는 큰 공간인데 사람들이 얼마나 올 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관희 교수)
(이관희 교수)

공연장에 가 보니 만석은 아니어도 객석이 꽤 들어찼다. 안내서에 보니 ‘바리톤 이관희’라고 쓰여 있었다. 프로 성악가가 아니라 경찰대학 명예교수라는 것이다. 경찰대학에서 35년간 헌법을 가르치던 교수였다. 현재 경찰대학 명예교수, 대한법학교수회장, 안암법학회장, 한국헌법학회장, 한국인터넷 법학회장 등 현직도 모두 법과 관련되어 있었다.

바리톤 박흥우 교수가 인사와 함께 독창회가 시작됐다. 이관희 교수와 만난 인연, 곡 해설까지 박흥우 교수가 도맡았다. 박흥우 교수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날 이관희라는 사람이 찾아 와서 성악 공부를 하고 싶다며 지도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남자 중음인 바리톤인데 성악 적 기반은 없었으나 음악적 열정이 대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래서 시작한 성악. 전문 성악가도 힘들어 하는 독창회까지 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교수 타입의 이관희 교수가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 입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검정색 드레스를 차려 입은 피아니스트 최유리와 함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섰다.

첫 무대는 ‘가고파’, ‘Because Song’, ‘물망초’ 세 곡이었다. 이 무대를 열면서 연관되는 제목들이다. 두 번째 무대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 줄리오 이글레시아스 곡 ‘나를 많이 사랑해주오’, ‘푸치니의 라보엠에 나오는 ‘그대의 찬 손’이었다. 관객들이 마이크 앞으로 다가서라고 주문하자 앞으로 조금 다가 와서 불렀다. 감탄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훌륭한 음색으로 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해설자의 설명으로는 프로 성악가는 마이크를 안 쓰는 것이 지존심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관희 교수도 도전한 모양. 아무래도 평생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에 비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마이크의 영향력은 큰 것이다.

특별 출연으로 소프라노 유미자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를 들을 수 있었다. 남자 목소리에서 여자 목소리로 그리고 중음인 바리톤에서 소프라노를 듣게 되니 역시 달랐다.

다음 순서는 이날 사회와 해설을 맡은 박흥우 교수가 ‘보리수’를 원어로 불렀다. 같은 바리톤인데 역시 프로 성악가라서 복식호흡에서 나오는 깊은 소리가 매혹적이었다. 다음 곡은 다시 이관희 교수가 나와 ‘그리운 금강산’, ‘The Impossible Dream’, ‘여자의 마음’을 불렀다.

이날의 백미는 마지막 스테이지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 ’별은 빛나건만‘, ’공주는 잠 못 이루고‘였다. 세 곡 모두 전형적인 테너 곡들인데 바리톤으로 불렀다. 보통 테너가 아니면 시도조차 못하는 곡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라는 데야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앵콜 송으로 소프라노 유미자, 바리톤 박흥우 교수와 함께 부른 ‘축배의노래,. ’오 솔레미오‘는 여느 음악회의 피날레 장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이육사의 시 ’광야‘를 암송하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관희 교수는 평소부터 문화국가를 꿈꿔 왔다고 했다.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경찰들이 시를 사랑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면을 갖추고 있다면 훨씬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이관희 교수는 턱시도를 차려 입었지만, 일반 음악회와 달리 사람 좋은 미소도 지어가며 다소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관객들이 대부분 지인들이라 “브라보!” 대신 “잘 한다”, “ 아주 좋아요”, “대단해” 등 편안한 분위기였다.

일반인이 버킷리스트에 담았던 것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갈 때 희열을 느낄 것이다. 이날 이관희 교수가 그랬을 것이다. 일반인은 노래 가사 하나 외우기도 힘든데 10여곡을 원어로 불렀다. 프로 성악가도 그만큼 연습하자면 성대결절을 걱정하는데 이관희 교수는 무난히 해냈다. 대단한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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