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주나물은 녹두의 싹을 틔워서 만든 채소다. 한국 요리에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만두, 베트남 쌀국수, 일본식 요리 주점 등에서도 빠지지 않는 식재료이다.
숙주나물의 유래가 재미있다. 숙주나물이라는 명칭은 신숙주라는 조선 시대 신하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다. 신숙주는 세조 때 단종에게 충성을 맹세한 여섯 신하를 고변했다. 그 때문에 성삼문 등 여섯 신하가 희생되어 사육신으로 불린다. 이 일로 백성들이 신숙주를 미워하여 만두소를 만들 때 숙주나물을 짓이겨 넣으면서 숙주나물이라고 지었다는 설이 있다.
스페인 중소도시 발렌시아에 몇 번 출장 간 일이 있다. 그리 큰 도시가 아닌데 골목을 누비다 보니 뜻밖에도 한국식당이 하나 있었다. 들어가 보니 주인이 한국 사람이었다. 다른 손님도 없으니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 양반이 이 동네에 처음 왔을 때 이상하게도 동네에 숙주나물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숙주나물은 기본적으로 중국요리에도 들어가고 일본 요리에도 들어간다. 일본, 중국 요리가 아니어도 채소를 좋아하는 스페인 사람들이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는데 숙주나물의 존재조차 모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숙주나물을 재배하여 백화점에 들고 갔다. 틀림없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있을 테니 팔아보자고 했다. 주변 중국 식당에 연락해서 숙주나물이 백화점에 있다고 하자 중국 식당들이 몰려왔다. 그 덕분에 큰돈을 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숙주나물이 매일 반찬으로 나왔다. 한국과 거리도 멀고 해서 다른 나물은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콩나물은 이상하게도 기후가 안 맞는지 기르는 과정에서 썩어 계속 실패한다고 했다. 그렇게 숙주나물이 매일 나오니 질릴 정도였다. 다른 회사 현장도 마찬가지여서 근로자들이 남자들만 있으니 성욕을 감퇴시키려고 일부러 숙주나물을 매일 먹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고사리와 숙주나물은 성욕을 억제해 불공드리는 스님들 상에 자주 오른다는 얘기는 있었다. 사우디 건설현장에서는 돼지고기를 살 수가 없으니 매일 닭고기와 숙주나물이 단골 메뉴로 올라왔다. 같은 메뉴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사람만이 오래 현장 근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숙주나물의 효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채소이니 식이섬유가 많아 장 건강에 좋다.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해줘서 소화에도 좋고 변비도 예방해준다. 콩나물보다 열량은 떨어지는 편이나 비타민A는 콩나물보다 훨씬 많다. 그러므로 당연히 다이어트에도 좋다. 비타민 A가 많으니 눈 건강에도 좋다.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 게임 등으로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요즘 시대 사람들에게 잘 맞는 음식이다. 숙주나물은 인과 칼슘이 풍부해서 치아와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고 관절염 예방에도 좋으니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노인들에게도 좋다.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는 성분이 있어서 세포를 활력 있게 유지해줘서 피부 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숙주나물에도 콩나물처럼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있어 숙취 해소에도 좋다. 그러니 모든 나이에 도움이 되는 채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