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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청백리의 웃지 못할 일화

기사입력 2018-05-21 15:53

(윤옥석 동년기자)
(윤옥석 동년기자)

마음이 맑고 깨끗하여 욕심이 없는 청렴(淸廉, integrity)은 이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결백(潔白, purity) 역시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고 부정한 일과 욕심이 없음을 말한다. 이것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언제나 필요한 것임이 틀림없다. 나 역시 그러한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기에 성실히 노력하고 싶어진다.

청백(淸白, uprightness)은 청렴하고 결백한 것을 말한다. 청렴결백한 것은 누구나 다 좋아한다. 쌀도 희고 깨끗한 것을 청백미라고 하지 않던가? 결백한 관리가 청백리(淸白吏, upright official)인데, 부정이 없고 아주 청렴결백한 사람은 청사(青史)에 기록되기도 했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공직에 몸을 담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그런 본보기가 될 만한 인물이었는지는 스스로 되돌아보면서 반성하려고 한다.

 

지갑에서 한국은행 5만 원 지폐를 꺼내어 펼쳐 보았다.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이 현모양처의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1만 원 지폐에는 세종대왕(世宗大王, 1397~1450)이 훈민정음 창제의 위엄을 지니고 근엄하게 앉아 있었다. 5000원에는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가 대유학자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1000원권에는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이 청백리 모습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퇴계 이황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로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가 주자학 연구에 힘썼다. 도산서원을 세워 많은 제자를 양성하였다. 공조, 예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학자이며 선비였다. 청빈한 생활로 유명해 공복과 연관된 일화는 아주 잘 알려졌다.

어느 날, 단 하나뿐인 공복이 물에 젖었는데 그대로 급히 입고 입궐하였다. 그때 공복이 젖어서 진한 색을 띠고 있었다. 이를 본 다른 관리들은 화려한 비단 새 옷을 입었다고 오인했다. 그들은 임금에게 퇴계 이황을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축축한 옷을 입고서도 잠자코 있었다. 젖은 옷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상황에서도 침착했다. 나중에 원인을 파악한 임금은 그의 청빈(淸貧)함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했단다.

퇴계 이황의 저서로는 퇴계전서 시조작품 도산 12곡이 있다. 그중 나는 한 편을 읽어 보고 공유하고자 한다.

 

청산은 엇더하야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엇더하야 주야에 긋디 아닛는고

우리도 긋치지 말고 만고상청 하리라

 

시조를 감상하면서 그의 '청렴한 기상이 푸른 산에 푸르러 그치지 않고 영원히 푸르게 살리라'라는 청백리 꿈이 서려 있음을 깨달았다. 어쩐지 오늘은 하늘이 더 맑고 푸른 숲에 청풍이 불어오는 것 같다.

이 풍진세상 사바세계에서 청렴결백과 청백리는 언제나 존재해야만 하고, 그런 사회는 맑고 은은한 풍경 소리 보다 더욱더 푸르고 싱싱하리라 믿는다. 금 내가 소속된 곳곳에도 푸른 향기가 아스라이 스며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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