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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코트 선풍

기사입력 2017-12-26 16:03

이번 겨울 들어 롱 코트를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일종의 유행이다. 백화점 한정 수량 판매로 밤을 새며 난리를 피웠던 평창 롱 패딩이 유행의 불씨가 된 것 같다. 평소 잘 보이지도 않던 흰색 롱 코트가 많이 보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 롱 패딩이라고 하는데 사실 평창 롱 코트는 구즈 다운이 들어 있어 패딩 코트가 아니다. 패딩이란 인조 솜을 말한다. 보온력이 다운만큼 높지 않아 값이 그리 비싸지 않다. 그런데 내용물에 관계없이 패딩 코트라고 하는데 내용물에 따라 패딩 코트 또는 구즈다운 롱 코트라고 해야 맞다. 평창 구즈 다운 롱 코트를 15만원대에 팔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성비가 높아 인기가 좋았던 것이다. 물론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에 일조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필자가 대표이사로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 사업을 전개할 때 롱 패딩 코트에 관한 일화가 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 입고 있던 롱 패딩인데 그 당시 롱 패딩은 국내에 거의 보이지 않을 때였다. 카탈로그에 실린 퍼거슨 감독의 롱 코트를 보고 특별한 관심을 가지긴 했다. 같이 갔던 회장은 이 롱패딩이 한국에 수입되어 들어오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며 흥분했다. 그 브랜드가 아직 국내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서 필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문을 1000개를 했다. 그것도 신규 런칭 품목으로 도박이었다. 그런데 돈을 대는 회장은 주문을 늘려 3000장으로 했다. 들여오기만 하면 없어서 못 팔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는 것이다. 이 롱 패딩 코트의 원가는 출발지 가격으로 1만 5000원대였다. 거기에 운임, 관세, 기타 유통비용을 계산하니 9만 원 대가 나왔다. 회장은 가격이 싸다고 잘 팔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싸야 잘 팔린다며 판매가를 올리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는 자신 없다며 올릴 수 없다고 고집을 피웠다. 필자가 해외 출장을 다녀 오니 12만원으로 가격을 올려 놓고 팔고 있었다. 여전히 판매는 부진했다. 필자가 한 번 더 출장을 다녀 오니 가격이 18만원으로 올라 있었다. 필자가 없는 사이에 회장이 지시하여 가격을 올린 것이다. 잘 팔렸다면 좋았겠지만, 판매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판매 부진의 이유를 가격이 너무 높아서라고 설명했더니 그러면 가격을 다시 내려서 팔아 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1월에 접어 들어 겨울 상품이 팔릴 시기가 지났다. IMF 금융위기를 겪고 재고 상품을 원가 처분할 때 이 롱 패딩 코트를 1만 5000원으로 가격을 매겨 놓았으나 역시 판매가 부진했다. 그 당시만 해도 유행 상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롱 코트가 잘 팔리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신장이 상당히 커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년전 롱 패딩을 내놓았을 때는 키도 안 큰 사람이 롱 코트를 입으면 더 작아 보였기 때문에 안 팔렸던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신장에 관한 한 콤플렉스가 없다. 웬만한 서양 외국인보다 작지 않다. 그 당시는 높은 굽의 구두가 유행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인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뒷 굽 없는 플랫 슈즈가 유행이었다.

롱 패딩 코트는 사실 입으면 불편하다. 다리 쪽이 두툼해서 걸을 때마다 걸리적거린다. 전철 안에서 자리에 앉을 때 벗지 못하므로 깔고 앉아야 한다. 흰색 롱 코트는 깔고 앉으면서 때가 탈 수 있다. 롱 코트에 달려 있는 모자도 불편하다. 모자가 필요한 경우는 아주 추운 날 얼굴을 감싸는 경우인데 그런 정도의 추위는 많지 않다. 모자 앞 쪽에 털이 달린 경우는 더 불편하다. 모양은 좋을지 몰라도 사실 보온 효과는 별 차이 없다. 입고 있는 사람보다 보는 사람 위주이다. 양 옆이 잘 안 보이므로 길을 건너거나 할 때 위험하기도 하다. 롱 코트의 용도는 추위에 많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에게나 맞는다. 주차장 요원, 지하철 봉사요원, 스키장 요원 등 한자리에 고정적으로 외근해야 하는 사람들이나 입는 옷이다. 그런 옷을 유행이라고 너도나도 입고 다닌다. 패션 면에서 볼 때에도 그리 모양이 좋은 편은 아니다. 바디라인이 다 감춰진다. 무릎 아래까지 오니 아무래도 다른 옷보다 보온 효과가 좋겠지만, 발목은 유행이라고 맨 살로 내놓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니다. 발목이 노출되면 더 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유행이니까 입는 것 같다. 중고등학생들까지 롱 코트가 유행이니 부모들 주머니 사정이 더 팍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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