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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세계와 평정심

기사입력 2017-12-13 19:42

국제당구 대회에서 우리나라 허정한 선수와 베트남 선수가 30점 초반 대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베트남 선수가 친 공이 3 쿠션이냐 2 쿠션이냐로 판정 시비가 붙었다. 허정한 선수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는 그대로 이어지고 허정한 선수에게도 기회가 왔지만, 평범한 뱅크 샷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승부의 추는 베트남 선수에게로 기울어졌다. 평소보다 스트로크가 강하게 나가면서 미세하게 뱅크 샷의 각이 모자라게 도달한 것이다. 그 뒤로 베트남 선수에게 석연치 않은 타임 파울을 선언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무위에 그쳤다. 베트남 선수도 3 쿠션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찜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은 덕분에 이겼다고 본다.

필자와 당구를 치던 지인이 있다. 한 큐마다 정교하게 치는 사람으로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다. 마지막 3개부터 필자가 카운트를 했다. 마지막 한 개를 남겨 두었을 때 그가 평범한 공을 안 치고 3 쿠션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분명히 “하나 남았다”고 멘트를 해주었으나 그는 못 들은 모양이었다. 마지막 하나를 어렵게 3 쿠션으로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그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필자가 다시 “하나 남았다”며 멘트를 했다. 어려운 공 배치였으나 정교하게 와서 맞았다. 그는 이긴 것으로 간주하고 승리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나 필자가 이제 마지막으로 3 쿠션을 쳐야 한다고 하자 화를 버럭 내는 것이었다. 그는 하나 남은 것을 이미 쳤고 마지막을 3 쿠션으로 마쳤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게임이 종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당히 분위기가 머쓱했다. 그래서 그가 이긴 것으로 하자고 했으나 그럼 3 쿠션을 한 번 더 치겠다고 했다. 그 샷은 실패로 돌아갔고 다음 차례에 필자가 3 쿠션까지 한 큐에 끝냄으로서 게임이 종료되었다.

당구에서의 판정 시비는 종종 일어난다. 허정한 선수의 경우는 억울한 마음에 평정심을 잃었을 것이다. 원래 당구 룰에 ‘선수는 3 쿠션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3 쿠션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는 국내 같으면 무효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 무대였고 심판이 이미 판정을 내린 것이므로 어쩔 수 없었다. 당구는 미세한 멘탈 게임이므로 이런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제어하기 어렵다.

동호인들끼리 당구를 칠 때에도 공이 맞았느니 안 맞았느니 시비가 일어난다. 당구장의 조명이 어릿어릿하여 잘 못 볼 수도 있다. ‘희망사항’이라고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당구장에 ‘다시 보기’ 화면으로 반금 친 공의 움직임을 보는 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공도 단색은 미세한 움직임은 잘 안 보이므로 다른 칼라의 점을 집어넣어 움직임 여부를 쉽게 판정하게 한다.

필자와 지인의 경우에는 지인이 너무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카운트 착각을 한 것이다. 자신이 센 카운트와 필자가 센 카운트가 다른 경우인데 필자가 센 카운트가 더 객관성이 있다. 상대 선수는 게임하고 있는 사람의 카운트를 예의상 해주기 때문에 그것만 신경 쓰고 있는 데 틀릴 리가 없다. 즐겁게 한 게임인데 너무 승부에 집착하다 보면 둘 사이가 머쓱해진다. 앞으로도 자주 치게 될 것인데 그렇게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같이 치기 싫어지는 것이다. 지인도 그렇지만, 필자도 지지 않기 위해 승부에 집착하는 게임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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