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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詩도서관

기사입력 2017-05-29 16:12

▲관악산詩도서관(박수남 동년기자)
▲관악산詩도서관(박수남 동년기자)
“언니~ 산에 가자.”

“그래, 관악산 입구 詩도서관 앞에서 만나자.”

언니를 기다리는 동안 관악산詩도서관으로 들어가 ‘항아리속의 5월의 시’를 잡은 순간 제목과 내용에 깜짝 놀랐다.

김영교의 ‘쉬어가는 의자’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맑은 바람이 앉고 햇살이 퍼질러 앉고 마음을 지나가는 고마운 생각들......

중년의 무거운 어깨를 아는 양 마음의 휴식을 가르쳐 준다.

싱그러움을 만끽하러 일찌감치 등산화와 마음을 재촉했던 부지런한 등산객들과 주민들이 벌써 많이 내려오고 있었다. 우린 복잡한 아스팔트보다는 자연의 흙을 밟자며 많은 시화를 감상하며 오른쪽 등산로인 ‘도란도란 걷는 길’로 올라갔다.

그동안 아파트주변만 몇 번 돌았던 나는 100m도 못 가서 숨을 헐떡인다.

나보다 10살 정도 많으신 언니는 “벌써부터 헐떡이면 어쩌니?” 하시는 말씀에 나의 체면은 계곡 아래 바위틈 사이로 숨어 버렸다.

푸르름과 연두색의 새싹들이 관악산을 채색하고 마지막 남아 숨 쉬는 철쭉꽃이 자연의 싱그러움을 과시하듯 아직도 예쁘게 인사를 한다.

천천히 올라가노라니 알록달록 화려한 차림새의 연세가 있으신 언니들 세분이 과일과 음료수 등 간식을 꺼내 놓고는 아카시아 꽃이 휘날리도록 함박웃음을 쏟아낸다.

“언니~ 좀 쉬었다 가면 안 될까?” 하며 언니를 졸라서 우리도 커피와 떡 등을 꺼내어 솔가지위에 앉아서 인생의 향연을 지지배배 지저귄다.

산속을 싱그럽게 노래하는 새들의 합창 속에 손을 꼭 잡고 서로를 의지한 채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는 부부, “아빠~ 힘들어요. 쉬었다가자”며 조르던 초등생은 벌써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하얀 아카시아꽃이 향긋함을 전하고 새싹들의 녹음이 신록의 푸르름을 전해 주는 관악산은 바람조차도 싱그러움을 전해주고 있었다.

피톤치드를 진하게 느낄 즈음, 우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호수공원으로 발길을 돌려 장미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지 안 되겠어. 힘들어 언니~” 나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며 맛있는 만둣국을 그리워하며 발길을 옮긴다.

경쾌하게 조잘대는 사람들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는 모습은 등산객과 주민들이 자연 사랑, 환경사랑에 앞장서고 몸소 실천하고 있음을 실감하며 내려왔다.

중년부부가 화려한 등산복차림으로 관악산詩도서관에서 상큼한 등산과 詩의 향연에 빠지는 모습이 어찌나 멋있던지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까?

관악산詩도서관은 바쁜 일상생활로 평상시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詩에 담아 전할 수 있는 ‘詩로 보내는 편지’코너를 마련하였다.

아날로그시대의 손 편지로 낭만을 느낄 수 있도록 우체통, 그리고 편지지와 편지봉투, 또 우표도 비치되어 있다.

관악산을 찾는 등산객과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시 한편을 통해 삶의 여유를 전하고 여운이 진한 향수를 가득 안겨주어 인생의 멋진 그림을 채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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