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끄는 모임에서는 늘 하룻밤을 같이 자는 엠티를 고집한다. 하룻밤을 같이 자본 사람들은 끈끈한 동료의식이 생긴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볼 때 말로만 친하다고 떠드는 모임은 그때만 친하지 친밀도가 낮다. 그래서 엠티를 가는 것이다.
이번에 엠티를 간 모임은 필자가 새로 회장이 된 ‘KDB 시니어브리지 아카데미 총동문회’다. 시내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만나 결속을 다지자니 주인에게 눈치가 보이고 문 닫을 시간이 되면 아쉬워도 헤어져야 한다. 그러나 엠티에서는 시간 제한이 없으므로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엠티는 늘 장소가 문제다. 이번에는 임원 중 한 사람이 강원도 원주에 소유하고 있는 별장이 있다 하여 그리로 정했다. 일단 숙박비가 안 드는 것이다. 총 9명이 참석했는데 자가 운전자가 있어 차량 2대도 손쉽게 정했다.
복정역에서 오후 2시에 만나 2시간가량 새로 난 고속도로를 운전하고 가니 어느새 목적지였다. 앞뒤로 넓은 풀밭과 통유리가 시원하게 바깥 풍경을 보여주는 멋진 집이었다. 집 옆으로는 개울이 있었고 신록에 둘러싸인 나지막한 지대에 집이 위치해 있어 독립적인 안온함이 있었다.
엠티의 즐거움 중 하나는 먹는 즐거움이다. 숯불을 피워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재미가 필수이자 엠티의 절정이다. 숯불은 늘 주인이 피워주었고 우리는 석쇠 위에 고기나 올려 잘라 먹었기 때문에 숯불 피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동안 잘 몰랐다. 그러나 이번에 해보니 손이 많이 가고 기술이 필요한 노동이었다. 며칠 전 동해안 산불로 연일 시끄러웠던 터라 불 피우는 일이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상추 등 야채와 갓 익은 고기들을 싸 먹는 재미가 좋았다. 마침 비까지 내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바비큐 식사 후 방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토의에 들어갔다. 먼저 회장 인사에서 엠티의 취지와 효과, 그리고 최근 시니어 리더십에 필요한 ‘커뮤니티 리더십’과 ‘서번트 리더십’에 대해 설명했다. 직장처럼 서열이 있는 모임이 아니므로 수평적 입장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중점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동문회보 발간, 동문 온라인 카페 개설, 봉사활동과 연계한 일일호프 행사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이어서 지난해에 했던 행사 중 정기사업인 산행과 송년행사, 정기총회 등에 대해서도 의논했다.
밤늦게까지 협의하고 각자 자리를 잡고 취침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식사 후에는 차를 마시며 여러 가지 후일담을 나눴다. 나서는 길에 인근 토지문화관 산책에 나섰다. 점심 겸 해서 막국수로 배를 채우고 서울로 향했다. 1인당 회비 3만원으로 잘 먹고 좋은 과정과 결과를 만들었다.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했고 만리장성을 쌓으며 한결 친해진 느낌이었다. 이 원동력으로 앞으로 1년 임기를 끌 고나갈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