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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산타할아버지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

기사입력 2016-11-30 10:40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스크루지 영감이 떠오른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좀 구두쇠이기 때문에 더 공감이 간다. 그래서 반성도 하며 교훈을 얻어 지침으로 삼는다. “그 친구를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니었어. 처진 어깨 다독여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하는 거였어.” 특히 이 구절을 늘 가슴에 품고 지낸다.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집 안에는 한 달 전부터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번쩍번쩍했다. 두 아들은 그 앞에 옹기종기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 펄떡펄떡 뛰었다. 전구 불빛 한 번 만지고 자지러지게 좋아했고, 장식을 살짝 손대면 까르르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필자도 덩달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해가 어둑해질 무렵 유치원 교사와 운전수 아저씨가 크리스마스 복장을 하고 서로 약속된 시간에 찾아와 현관문 벨을 울렸다. “나 산타 할아버지야, 하우가 말을 잘 들어 선물을 가지고 왔어.” 선물을 손에 들고 줄듯 말듯하면서 “엄마 아빠 말 잘 들었지?” 하고 물었더니 아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네” 했다. 선물을 받고 아들은 자기가 평소에 갖고 싶었던 것이라며 끌어안고 좋아했다. 필자가 미리 선물을 사다가 유치원에 맡긴 걸 알 리가 없는 아들은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으로 기뻐했다.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날 밤은 눈이 펄펄 내렸고, 새벽녘에는 동네 골목에서 교회 성가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러….” 낭랑하게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마치 예수님께서 우리 집에 축복의 기도를 해주시는 듯 아름답게 들려왔다.

아들은 선물을 만지작거리면서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운전수 아저씨 목소리 같아” “그랬어?” 그때는 숨기고 싶었다. 얼버무리며 필자는 미소만 지어 보였다. 몇 년이 더 지난 후 아들은 “엄마 그때 운전수 아저씨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런데 그냥 말하지 않고 지나간 거지.”

잊히지 않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이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떠들썩하게 보냈다. 선물도 주고받고 흥분된 마음으로 지냈다. 거리마다 가게마다 불빛이 빛났고 밤늦은 시간까지 술집은 사람들로 붐볐다. 가수들은 캐럴송 음반을 서로 다투어 출시했고, 거리에 한 가득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즘은 크리스마스 날이 되어도 조용하다. 이제 필자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릴 적 그 시절의 크리스마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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