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의 역사에서 버논 캐슬 부부의 공로를 크게 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춤을 대중화시킨 사람이기 때문이다.이들 부부는 20세기 초 자연가로운동을 주창하며 춤은 거리를 걷듯 일반인들도 쉽게 출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기초해 영국이 전 세계 댄스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나라마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나라에서도 춤이 달라 불편했던 것을 통일시키는 작업을 한 것이다. 춤을 일부 전문가만 추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100년 전 일이다. 이런 정리는 왈츠, 탱고, 폭스트로트 같은 볼룸댄스가 먼저 진행됐고 이후 라틴댄스도 같은 방식으로 체계화됐다. 덕분에 댄스가 댄스스포츠로 발전해 오늘날 생활체육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런 작업이 진행된 것은 당시 사회 전반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던 시기였다. 제조업이 발달하자 농촌 인구가 줄어들었고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모든 것이 실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고도 팽배해졌다. 예를 들면 긴 드레스는 일하는데 비효율적이라 점차 편한 옷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 즈음 영국에서는 여성들의 참정권 요구가 있었다. 일부 돈 있는 남자들에게만 있던 것을 여성들도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비록 30세 이상의 여성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이었지만, 1918년 드디어 받아들여졌다.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은 10년 후인 1928년에 이루어졌다.
20세기 초인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4년간 이어졌다. 전쟁 통에도 사치보다는 실용적인 의상으로의 변화가 요구되었다. 산업 현장에서는 전쟁으로 부족한 일손을 여성들이 담당했고, 전쟁터에서는 직접 탄약을 나르고 간호를 하는 등 바빴다. 해리 폭스라는 사람은 이 무렵 폭스트로트라는 춤을 만들었다. 이때 여성들 드레스 밑단이 1인치 올라가며 비로소 발목이 보이게 됐다. 이전까지 여성의 의상은 발목을 가리는 것이 관습이었다.
초기 발레는 긴 드레스를 입고 췄다. 그러다가 의상이 점점 짧아졌고 20세기 초에 들어오면서 클래식 발레에서 보다 자유로운 다리 동작을 위해 드레스가 무릎 위로 올라가는 튀튀가 나오게 됐다. 1920년에는 샤넬라인이 등장했다. 여성의 드레스 밑단이 무릎 아래까지 올라온 것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미니스커트에 못지않은 충격을 줬고 거의 혁명적 사건이었다. 1900년 초 이사도라 덩컨이 유럽 무대에서 현대 무용을 펼친 것도 비슷한 시기의 움직임이다. 이전까지 발레는 발레복과 토슈즈가 필수였는데 이사도라 덩컨이 맨발 혹은 헐렁한 옷을 입고 춤을 춰서 그런 형식마저 무너뜨린 것이다.
우리나라도 해방 후 한국전쟁 때 서양 춤이 미군에 의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당시 우리나라 여성들의 춤 의상은 긴 치마였다. 하지만 춤추는 데 방해가 되었고 불편했다. 긴 치마라도 관계없이 우리 식으로 발전시킨 춤이 바로 ‘지르박’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지터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