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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여행 셋째 날[4]

기사입력 2016-11-03 16:54

▲오키나와의 수호신 ‘시사’ 앞에서(박혜경 동년기자)
▲오키나와의 수호신 ‘시사’ 앞에서(박혜경 동년기자)
이날도 역시 쾌청하고 한낮은 31도의 무더운 날씨였다. 미리 알아봤던 여행 내내 흐리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틀려서 너무나 고마웠다. 아침식사는 일본 가정식을 택했다. 김치 없이 하는 식사가 심심했지만 그래도 깔끔한 아침상을 받았다. 실이 죽죽 늘어나는 낫또를 보고 손녀가 거미줄 같다며 웃었다.

스케줄은 아기들을 위해 ‘해양 박 공원’에서 ‘오키짱 쇼(돌고래 쇼)’를 관람하고 ‘추라우미’ 수족관에서 커다란 고래상어를 보기로 했다. 사실 필자는 돌고래 쇼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연에서 살아야 할 돌고래를 훈련시켜 사람들 구경거리로 만든다는 게 마음 아프다. 돌고래는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이런 쇼는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아기들이 좋아한다니 어쩔 수 없이 관람하기로 했다.

‘해양 박 공원’에 가는 동안 점심시간이 되어 북부에 있는 100년 전통을 가진 음식점 ‘우후아(대가)’에 들렀다. 길 옆 숲속 깊은 곳에 자리한 고풍스러운 이 음식점은 규모가 매우 컸으며 마당이나 안쪽 어디에든 크고 작은 모습의 다양한 ‘시사’가 이곳을 지키겠다는 듯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구(흑돼지)구이 정식, 아구 우동, 돈가스 정식 등의 메뉴가 있는 정통 일본식 집이었다. 검은색 목조건물인 이 음식점은 마룻바닥이 넓은 대청으로 되어 있었고 2층으로 오르내리는 좁은 나무 계단이 아기자기했다.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다다미방도 흥미로워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폭포가 흘러내리며 자연의 운치를 물씬 풍기는 일본식 구조의 집이었다. 이제까지 깔끔한 휴양지만 보았다면 이곳은 일본의 체취가 느껴지는 정감 넘치는 곳이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우후아’에서 점심을 마치고 ‘추라우미’ 수족관이 있는 ‘해양박 공원’으로 갔는데 규모가 엄청났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 속에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걷느라 땀깨나 흘렸다. 평일인데도 우리나라 제주도 같은 관광지여서 그런지 일본 사람들도 많았다. 돌고래가 안쓰럽긴 해도 손녀 손자를 안고 손뼉을 치며 쇼를 관람했다.

▲거대한 고래상어(박혜경 동년기자)
▲거대한 고래상어(박혜경 동년기자)

돌고래 쇼가 끝난 후 추라우미 수족관에 가니 지인 한 분이 생각났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부사장이신 지인은 코엑스 수족관을 직접 설계하셨는데 아쿠아리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이다. 규모는 비슷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수만 마리 정어리 떼의 군무가 멋지다면 이곳 ‘추라우미’는 거대한 고래상어가 놀라웠다.

날씨가 너무 더워 좀 지쳤을 때 저녁식사로 ‘플리퍼’라는 유명 음식점에서 스테이크를 먹는다고 해서 기운이 번쩍 났다. 역시 여행은 식도락이 빠질 수 없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우리 나이가 되면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여행 동안 손 하나 까딱 않고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으니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숙소에 돌아와 아기들을 재운 후 아들과 며느리가 근처 ‘이자카야’에서 술 한잔 하고 오겠다면서 나갔다. 다정하게 나가는 모습에 나까지 덩달아 즐겁고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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