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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내 옆에는 누가 남을까

기사입력 2016-10-25 15:04

▲앞길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조왕래 동년기자)
▲앞길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조왕래 동년기자)
가수 최성수씨의 ‘동행’이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빈 밤을 오가는 마음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퇴직 후 급격하게 축소된 활동반경을 느끼며 필자의 인생 마지막까지 누가 동행이 되어줄까 생각해봅니다. 세월 따라 동행인은 변합니다. 어려서 같이 놀던 동네 코흘리개 소꿉장난 동무들은 고향 친구들로 바뀝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학교 친구, 군대에 가면 군대 친구, 직장에서는 직장 동료, 늙어서는 경로당 친구까지 계속 친구를 바꾸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기차를 타고 갈 때 차창 밖 풍경이 시시각각 달라지듯 우리네 한평생 친구들도 소꿉친구, 직장 동료, 선후배 등 그 이름을 달리하며 지나갑니다. 퇴직하면서 활동반경이 줄어드니 친구 수도 점점 줄어듭니다. 죽고 못 살 것 같았던 고향 친구들도 고향을 떠나나 후 남남이 되었습니다.

 

 

직장 사람들하고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것 같았는데 퇴직하고 6개월이 지나니 전화 걸고 받는 횟수가 점점 줄어듭니다. 스마트폰에 입력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태반은 연락도 않고 지내는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016, 017 등 옛날 전화번호가 그대로인 사람도 있습니다. '앗! 이 사람!' 하고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만 듣게 됩니다. 너무 무심했음을 자책합니다. 

 

서울대 송호근 교수는 저서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에 750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분석해보니 아내와 딸 동생과 누이들, 처가 식구와 조카들 등 가족들로 이루어진 가족관계망(Family network)의 전화번호가 30명 정도이고 친한 동료들을 포함해서 일이 있을 때마다 상의하고 어울릴 수 있는 친근 집단인 친밀관계망(Intimacy network)이 50명 정도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직장생활을 할 때 공적 관계에 속한 사람들로 사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렵고 심리적 거리가 먼 집단으로 퇴직하면 잊혀질 사람이라고 합니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분도 관계망이 이렇게 느슨한데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예전에는 친척 어른들에게 문안인사를 드린다고 집안 조카들이 버스를 타고 20~30리 길을 걸어서 찾아왔지만 이제는 다 옛날이야기입니다. 전화, 문자, 인터넷, 등 연락 방법이 다양해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멀어졌습니다. 집안 결혼식이나 장례식장 등 큰일이 있을 때만 만나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입니다. 아주 드물게 정기적으로 친척모임을 하는 집안도 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귀한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더 늙어지면 기억마저 희미해져 반가운 사람을 봐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 정다운 말을 하고 싶어도 그 사람이 이미 저세상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웃음마저 잃어버리고 초점 없는 두 눈으로 허공만 쳐다볼 수도 있습니다. 더 늙어 서로가 볼 수 없는 사람이 되기 전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좀 더 정답게 지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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