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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처럼 살면서

기사입력 2016-09-26 10:18

해외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제일 어려운 것이 자녀들에게 모국어 사용능력을 교육하는 문제다. 외국인을 생활인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문 시대, 동네마다 있는 중국집은 중국인들이 운영하였는데 중국화교 아이들은 반드시 중국어를 사용하였다. 어른들은 중국인의 그런 모국어교육열에 대하여 많이 칭찬하였다 중화문화, 중국인의 단결력, 애국심이 이 모국어 사용에서 나온다는 말도 했다

그런 말들은 필자가 직접 확인하기도 하였으니 살아있는 교육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모국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애국심과도 연결된다는 것은 한국 내에 거주한 화교의 예에서 필자가 그들과 같은 입장이 되었을 때 당연히 실천해야하는 것으로 내 안에 각인 되어있었다.

경제적 기반은 그 곳 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는 성역이다. 그 일에 열중하다보면 이중 언어 사용이란 쉽지 않은 작업을 잘 해낼 수가 없다. 이민1세는 영어를 익혀야 하고 아이들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 결코 쉬운 목표는 아니다, 대체로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모국어를 사용하도록 최선의 노력은 한다. 이런 힘겨운 노력으로 2세들은 한국어 조금은 한다. 그러나 그들의 한국어는 두 번째 언어라 어색하거나 스핑크스 같은 괴이한 말을 사용하게 된다. 한국어 구사력의 다름은 종종 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오해가 발생 한다.

엇나간 대화

미국의 친구가 “딸과 말다툼 좀 했다”면서 어처구니없음을 한참 이야기한다.

딸이 늦둥이로 셋째 아이를 출산하였다. 식구가 늘었으니 변두리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집을 늘렸다. 대학 졸업 후 금방 직장을 잡아 자립 잘 한 딸이 대견하여 이번 두 번째 집 살 때는 몫 돈 보태주었단다

친구 딸은 생각하지도 않은 도움이 반갑고 놀라운 모양이었다. 잠깐 사양하더니 행복으로 받았다.

“엄마는 거지처럼 살면서 이런 큰돈을 만들었네! 라는 딸의 감사의 말에 친구는 “거지처럼”이란 말에 눈이 홱 돌아갔단다. “왜 내가 거지처럼 사니?”라고 화를 내었더니 딸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하더란다. 딸의 거지처럼은 ‘알뜰하게 검소하게’란 의미인데 엄마는 ‘품위 없는, 문화를 모르는, 구두쇠’로 알아들어 화가 났던 거다. 화를 낸 후에 생각하니 미국서 태어난 딸의 한국어 수준을 오해한 엄마가 속 좁다 싶어 또 화가 났다.

내가 뉴욕에서 만난 중국인 2세들 중에는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주 쉬운 한자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성인이 된 필자 아이들이 쓰는 한글은 너무 치졸하여 몸에 맞지 않은 옷 걸친 것처럼 글자 따로 사람 따로다

어제 우리 집 정원 일 한 중국교포는 이북 사투리의 한국말이 유창하다. 중국에서는 이북에서 온 한국인이 개척 한 마을에서는 이북 사투리 남한에서 온 사람들이 주축인 마을에서는 남한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말을 했다.

필자는 한 번 생각해보았다. 중국에서는 중국인과 한국인은 외모에서 정체성을 가릴 수 없으니 언어로 정체성을 웅변한다. 미국에서는 언어가 아니더라도 신체적인 증거와 사고, 습관 문화로 한국인의 정체로 산다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 그건 중국인에게도 같을 것이다. 모국어를 강조하지 않아도 2세들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엄청난 통증을 동반한 열병을 꼭 앓게 된다. 한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조국사랑은 그 기간에 충분히 형성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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