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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기획... 이 독립투사에 꽂힌 이유] 김상옥

기사입력 2016-06-29 17:59

그토록 바라던 조국이 해방된 지도 70여년이 지났다.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룬 조국의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감격스럽다. 특히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 세워진 내 동상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1910년 나라를 잃고 일본의 무자비한 지배가 시작되었다. 조그마한 힘이나마 독립운동에 보태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상해로 떠났다.

내 나이 33세이던 1922년 1월 22일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해 의열단의 일원으로 조선으로 들어왔다. 총독 사이토 암살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밀고로 사전에 계획이 누설되었다. 작전을 변경해 1월 12일 독립투사들의 원망의 대상인 종로경찰서를 폭파하고 도피하였다. 기습작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일본경찰은 대규모 인원을 투입하여 범인을 찾기에 혈안이 되었다. 다음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눈이 덮힌 남산을 맨발로 달리고 절에도 숨고, 변장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일경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행되는 인해전술에는 한계에 부딪혀 효제동 은신처가 드러났다.

400명의 일경에 포위되어 총격전이 벌어졌다. 항복하느니 죽기까지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온 힘을 다하고 그동안 연마한 쌍권총 솜씨를 최대로 활용하여 3시간 동안 버티었다. 어느덧 10발의 총상을 입었고 총탄은 1발만 남았다. 곧 일경이 들어 닥치면 체포될 것이 분명했다.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사로잡혀 온갖 수모를 당하느니 한 목숨 아낌없이 바치기로 했다.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1발을 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가족과 동료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내 사랑 조국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쳤으니 여한은 없다. 다만 독립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하루바삐 조국이 독립되는 것을 두 손 모아 기원하는 마음뿐이다.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포기한 개인적인 꿈을 독립국가에서 펼쳐 보고 싶다.

이는 김상옥 열사의 의거를 재구성해 본 장면이다. 김열사는 영화 ‘암살’에 나오는 쌍권총의 전설 하와이 피스톨의 모델이라고 알려져 있다. 열사는 중과부적의 상태에서 쌍권총으로 신출귀몰한 전투솜씨를 발휘하여 3시간이나 대처하여 일경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마로니에 공원에 갈 때마다 열사의 동상을 찾아가 행적을 읽는다. 읽고 나면 복합적인 감정에 사로잡힌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과감히 던진 그 불같은 행적에 감동이 된다. 과연 나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일본의 지배로 치른 대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단지 나라 잃은 이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조선인들이 목숨을 잃고 피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독립을 쟁취하였다. 힘이 없는 민족은 반드시 값비싼 대가를 치른다는 명백한 역사의 교훈을 귀중히 되새기며 올해 광복절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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