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전 회사에서는 경영분석, 회계처리, 재고관리 등 필요에 따라 엑셀을 주로 사용했다. 체계적인 교육은 받을 여유가 없었다. 젊은 직원들 어깨너머로 배우고 아침 일찍 출근해 연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꾸준히 반복적으로 숙달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권고를 귀에 담았다.
사실 필자는 엑셀은커녕 컴퓨터 켜기, 끄기부터 단축 키 작동 등 생기초도 잘 몰랐다. 하지만 이것에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매일 매일 연습했다.
이렇게 컴퓨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그 기능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가·감·승·제’ 기능을 이용해 많은 연산식을 생성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를 검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땐 신천지를 발견한 듯 팔짝팔짝 뛰었다. 지금까지 숫자 하나에 연연했던 지난 일을 생각하니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 느낌이었다.
이 대단한 기능을 활용해 필자는 재무, 회계, 영업, 관리 등 회사 전반의 연산식 작업을 시작하였다. 회계부의 합계잔액시산표, 영업부의 매출장, 관리부의 재고수불을 총괄ㆍ분석하고 오류를 시정한 것이다. 금융거래는 회계일보와 연계했다.
이런 식으로 SHEET 수십 면을 개발해 재고자산평가과 세무조정 등과 연산, 즉시 손익계산, 법인세 납부세액 파악이 가능하도록 했다. 영업부 판매활동에 원가자료 제공이 즉시 가능해졌다. 일일결산과 월차 손익계산이 빨라졌다. 최고 경영 의사결정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무엇보다 각 부서가 정보를 공유해 오류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그 통합조정의 정점에는 엑셀의 연산식이 자리했다.
은퇴 후에는 시장분석에 엑셀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매일의 시장 데이터만 업데이트하면 개발한 연산식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최고 목표가, 손절가 등 보도만 의존하지 않고 ‘필자만의 양어장’을 구축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세기의 바둑대결이 장안의 화제였다. 많은 국민이 축구를 잘 모르고도 월드컵에 열광했듯 이번에는 흑백 돌도 잘 모르면서 ‘이세돌’을 연호했다. “저 이세돌이 졌지, 인간이 진 것이 아난가” 라고 패자이면서도 어느 승자보다 더 멋진 말로 오히려 감동을 주었다.
“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라는 무거운 숙제가 남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인공지능을 만들지 인공지능이 스스로 ‘탄생’하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어디까지나 인간이 명령자이고 인공지능은 충실한 복종자일 뿐이다.
엑셀은 우리 생활을 매우 편리하게 하였다. 꾸준한 노력으로 더 알찬 엑셀 도사가 되고 싶다. "알파고 게 서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