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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和만사성의 조건Part 4]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윤종민 박사 부자

기사입력 2016-05-19 10:24

티격태격 우리는 ‘새 박사’ 父子

윤무부(尹茂夫·75) 경희대 명예교수는 1990년대 TV 톱스타였다.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에 나와 조근조근 새 이야기를 해주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연예인도 아니고 스포츠 스타도 아닌데 지금도 ‘새 박사님’하면 떠오르니 대단한 인기인이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 그에게 최고의 팬은 아마 아들 윤종민(尹鍾旻·42) 박사가 아닐까? 다른 공부를 해도 됐을 텐데 아버지를 따라 굳이 ‘새 박사’가 됐다. 대를 이은 새 사랑 이야기,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들어봤다.

화창한 일요일 경희대 근처 윤무부 교수의 집을 찾았다. 대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평생 산과 바다를 함께 누볐을 카메라 삼각대가 신발장 한편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생물학 분야에서 이렇게 같은 공부를 하는 건 아마 우리 부자가 유일할 겁니다.” 아들 윤종민 박사가 조류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학자 선·후배로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부자지간이 됐다. 윤무부 교수는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모르는 것이 있으면 국제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했단다.

“제주KBS와 사수도에서 앨버트로스 20~30마리가 와서 관찰하고 있었어요. 아침 8시쯤 나갔다가 캄캄한 밤 12시가 다 돼서 둥지로 돌아오는데 어떻게 찾아오나 궁금했어요. 아들한테 전화를 했더니 ‘아빠, 새는 냄새가 중요해요’라고 하더군요. 나는 그걸 몰랐어요.”

가끔 아버지와 아들의 견해가 충돌하고 의견이 안 맞아 말다툼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서로를 버팀목처럼 의지하는 든든한 사이다. 윤무부 교수는 자신과 아들이 평생 공부하는 삶을 사는 것에 관해 ‘선비 집안의 내력’인 것 같다고 말한다.

“6대조 할아버지가 고향 거제도 선비였어요. 충청도에서 거제도로 유배 갔다는데 옥씨, 신씨, 윤씨가 그곳에 많아요. 다 양반들이에요. 5대조 할아버지가 예언을 했대요. 우리 대에서 유명한 학자가 나올 거라고요. 옛날에 시골에 가면 꼭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젊은 시절 윤무부 교수는 전국 방방곡곡 새를 찾아다니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구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의 발이 닿는 곳에는 어린 윤종민 박사도 함께했다.

“방학이 시작되면 산이고 섬이고 아버지를 따라 나섰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생물학자들도 많이 만났고요. 혜택을 받은 거죠. 다 아버지 덕분입니다. 과학자가 꿈인 아이들도 많았을 때였어요. 저도 그게 아주 좋고,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다른 공부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윤종민 박사는 아버지가 재직하던 경희대 생물학과에 입학했다. 윤종민 박사가 새에 관한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 김정애씨는 반대했다. 윤무부 교수가 어렵게 고생하는 모습을 평생 보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종민 박사가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가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윤무부 교수의 집은 부부가 함께 쓰는 안방과 주방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새 박사를 위한 공간이다. 각종 새를 촬영한 비디오테이프, 서재를 꽉 채운 기록들, 세월을 말해주는 낡은 사진기들. 집안 구석구석이 새 박물관이고 도서관이었다. 새 박사 씨앗을 뿌렸으니 새 박사 꽃이 피는 것 아닌가.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윤종민 박사는 한국 새가 그리워서 돌아왔다.

“유학생활 10년 중 5년을 산에서 살면서 그곳 새들을 봐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새가 그리워서 오래 못 있겠더라고요.”

아들 윤종민 박사는 현재 한국 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황새를 복원하고 방사하는 일뿐만 아니라 박새, 인공둥지에 관한 연구를 한다. 최근에는 검은머리갈매기에 대한 연구도 시작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매립지에만 번식해요. 매립지가 개발되면 육식 포식자가 몰려드는데 이를 피해 검은머리갈매기가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이 최근 파악됐어요. 올해부터 소수지만 알을 가져다가 인공부화하고 새로운 서식지에 방사하는 연구를 할 겁니다.”

윤종민 박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증식·복원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16년 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윤무부 교수는 자신도 못해낸 일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윤무부, 윤종민 부자는 인터넷에 새 박물관을 여는 것이 꿈이다.

“새소리는 여름 철새와 텃새 100여 종. 비디오로 찍어놓고 사진이 있는 것이 300종이 넘습니다. 어렵겠지만 꼭 만들 겁니다.”

윤무부 교수는 10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몸이 불편하지만 새를 찾고 찍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윤종민 박사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아버지가 얘기했던 것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1,2세대 학자는 거의 물러나셨는데 그 세대의 것도 젊은 학자들이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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