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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건강 치아에 달렸다 Part 5] 더 진짜 같은 가짜 치아의 세계

기사입력 2015-10-12 16:10

기술에서 예술로 변화하는 '치과 기공'

아래에 보이는 가지런한 치아 중 하나는 사람 손으로 만들어진 인공치아, 즉 의치다. 색상이나 투명도, 질감이 일반치아와 다를 바 없지만 분명한 가짜이빨이다. 이렇게 장인의 손길을 거치면 의치는 쉽게 구분할 수 없는 내 몸의 일부가 되지만, 이런 특별한 의치의 세계를 알고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연세대학교치과병원)
(연세대학교치과병원)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의 취향은 어떤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선택일 것이다. 어떤 형태의 자동차를 타는지, 어떤 색상의 옷을 입는지에 따라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니까.

하지만 그런 디자인의 차이, 개성의 차이가 치과치료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치과의사가 만들어 주는 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 똑같다고 생각하거나, 공장에서 만들어 오는 것 아닌가 하고 오해하는 경우까지 있지만, 실제로는 수제품이기 때문에 수준의 차이가 존재한다. 치과의사와 함께 맞춤옷처럼 의치를 만들어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치과기공사’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치아는 지문만큼 섬세한 부위

독일에서는 ‘마이스터’라 칭할 정도로 장인의 경지에 오른 치과기공사가 만든 의치는 그야말로 작품이다. 실제 치아와 육안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다.

치과기공사들은 치아 하나하나가 사람의 지문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사소한 상처나 색상, 침착물 등으로 그 사람의 생활환경, 즉 인생이 보이기 때문이다.

살아온 일생이 보이는 치아 한가운데 뻣뻣한 하얀 덩어리 하나만 자리 잡게 된다면 그것이 반듯하고 하얗다 하더라도 주변의 치아와 어울릴 수 없다. 이것이 치과기공사들이 작은 치아를 붙잡고 담배로 찌든 누런 자국이나 거친 음식으로 인한 자잘한 상처나 깨진 자국을 하나하나 의치에 흉내 내는 이유다. 최근에는 지르코늄이나 강화유리와 같은 첨단 소재들까지 거들면서 외형이나 강도 면에서 진짜와 구분하기 힘든 가짜 치아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브라보마이라이프)
(브라보마이라이프)

저가 강요하는 사회, 선택지 좁혀

치과기공사는 치과의사의 의뢰를 받아서 환자의 입 속에 들어갈 의치, 보철물을 만드는 일을 한다. 당연히 치과기공사에 따라 결과물의 수준은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그 수준의 차이를 환자는 선택할 수는 없다. 의료법상 치과기공사는 환자를 직접 만날 수 없고, 치과의사의 지시에 의해서만 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치과들은 여러 치과기공소들을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가격이 싼 곳과 실력이 좋은 곳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싼 진료비가 미덕인 국내의 의료 환경 속에서 의치의 수준에 따라 차이가 나는 가격표를 식당 차림표처럼 용기 있게 환자에게 내밀 수 있는 치과는 많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과들도 치과기공소들에 좀 더 낮은 단가를 요구하게 되고, 치과기공소들은 단가에 쫓기다 보니 이상적인 의치보다는 기능상 문제없는 의치에 만족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저가진료가 인술이 되는 세태가 낳은 현실이다.

환자가 치과 진료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창구는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상담은 당연히 치과의사와 해야 한다. 때문에 좀 더 나은 진료를 원한다면, 좀 더 특별한 내 의치를 원한다면, 이런 속사정을 이해하고 의사와 툭 터놓고 상담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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