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여행] 술잔 가득, 일본 소도시의 시간을 따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시사일본연구소 시사일본여행클럽이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 소도시 사케 & 역사 여행’을 마련했다. 한 병, 한 잔의 차이를 원료와 물, 발효와 숙성, 지역의 음식과 역사의 맥락에서 깊이 이해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현장 답사다.

술의 이름과 등급, 향과 맛을 어느 정도 알게 되면 다음 궁금증이 생긴다. 왜 이 지역에서 이런 술이 나왔을까? 같은 품종과 비슷한 제조법을 써도 맛이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량 생산시설의 규모와 자동화 공정을 보는 일반적인 주류 공장 견학과 달리, 지역의 전통 양조장과 와이너리를 찾는 사람들은 한 잔 뒤에 놓인 물과 토양, 기후와 미생물의 차이, 이런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양조자의 판단 기준과 테크닉을 알고 싶어 한다. 술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술맛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파고드는 사람들이다.
이번 여행은 이런 지적 호기심을 현장에서 확인하도록 설계했다. 같은 산인 지방(일본 혼슈 동해 연안의 시마네·돗토리 지역)에서도 쌀로 빚는 사케, 포도로 만드는 와인, 보리와 홉을 쓰는 수제 맥주는 원료와 양조 방식이 다르다. 와인에서 익숙한 ‘테루아’의 관점을 사케와 맥주까지 넓혀 술맛이 지역의 자연환경과 농업, 음식 문화, 브랜드의 철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본다.
한 번의 여행에서 세 가지 주종과 네 곳의 생산 현장을 연속해서 보는 만큼 밀도 있는 비교도 가능하다. 온도와 발효를 관리하는 방식, 원료를 고르는 기준, 지역의 음식을 술과 연결하는 방법이 장소마다 어떻게 다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 개인 여행객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생산 현장을 예약 방문하고,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양조 공정과 지역사를 함께 이해한다는 점이 이번 투어의 핵심이다. 모집 인원은 20명, 여행비는 185만 원이다.
술맛의 차이를 산지에서 찾는 3박 4일
여행의 첫 술은 포도에서 시작한다. 이즈모시의 시마네 와이너리는 산인 지방의 긴 장마라는 약점을 지역 산업으로 바꾼 사례다. 비가 많이 내려 포도가 갈라지거나 색이 제대로 들지 않자 농가들은 가공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는 와이너리의 출발점이 됐다. 현재 99기의 저장 탱크와 병입 설비를 갖추고 포도 재배, 와인 생산, 견학과 시음, 식사를 연결한다.
사케는 두 양조장을 하루에 비교한다. 마쓰에의 ‘요네다주조’는 1896년 창업해 올해 130년을 맞았다. 대표 브랜드 ‘도요노아키(豊の秋)’는 ‘수확이 풍성한 가을’이라는 뜻. 시마네산 술쌀과 지역의 샘물을 사용하고, 전통을 잇는 도지가 제조 전반을 이끈다.
도요노아키는 화려한 향보다 음식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식중주를 지향한다. 재첩과 어패류, 이즈모 소바 등 마쓰에 지역의 식탁과 함께 이해할 때 술의 성격도 더 선명해진다. 술만 따로 평가하기보다 지역 음식과 만났을 때 향과 감칠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의 ‘치요무스비주조’는 1865년 창업했다. ‘치요무스비(千代むすび)’에는 ‘천대에 걸쳐 행복과 인연을 잇는다’는 뜻이 담겼다. 계약 농가의 쌀과 주고쿠산지 기슭의 천연수를 쓰고, 저온 발효와 자연 냉각, 짧은 시간 열을 가하는 줄열 살균으로 신선한 맛을 지킨다.
견학 당일 낫토와 요구르트를 피하도록 요청할 만큼 미생물 관리에 민감하다. 전통 양조가 오랜 경험이나 감각에만 기대는 일이 아니라 균과 온도, 시간의 변화를 통제하는 정교한 기술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은 ‘구메자쿠라 다이센 브루어리’다. 해발 약 300m의 다이센 기슭에서 너도밤나무 숲과 지층을 거쳐 여과된 복류수(伏流水, 자연 여과수)로 ‘다이센 G비어’를 만든다.
유명 술을 현지에서 배경지식과 함께 맛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술의 근거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제격인 여행이다. 책과 시음회를 통해 익힌 지식을 실제 포도밭과 발효 탱크, 양조장의 공기 속에서 확인하는 순간, 취향은 경험을 넘어 이해가 된다. 애주가들의 취향이 깊어질수록 술잔이 놓인 장소와 함께한 사람의 이야기도 깊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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