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윤나래의 세대읽기] ‘동창회 말고’ 새 관계 찾는 중장년의 취향모임

입력 2026-08-14 13:49
기사 듣기
00:00 / 00:00

옛 친구보다는 여행·공부·문화생활 ‘같이할 사람’ 새로 찾는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친하긴 한데, 만날 때마다 대화가 한두 가지로 고정됩니다.”

최근 은퇴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간만에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30대 초반까지 거의 매주 만났던 친구들을 요즘에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만난다고 했다. 만남은 여전히 반갑지만 이야기는 골프와 술, 부모 근황 등 비슷한 주제로 흘러갔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만나고, 손익계산 없이 허물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친구가 없어서 생긴 고민이 아니다. 오랜 친구와 지금의 관심사가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데서 나온 질문이다.

요즘 중장년과 시니어 사이에서는 이런 빈틈을 새로운 관계로 채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걷고 싶으면 함께 걸을 사람을, 전시를 보고 싶으면 같이 볼 사람을,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동행을 찾는다.

지난 5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모인 ‘비바 브라보 클럽’ 회원들도 그중 한 장면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함께 전시를 보고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모임에서는 블로그와 은퇴 이후 활동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놓고 경험을 나눴다.

과거에는 고향과 학교, 직장처럼 이미 맺어진 관계 안에서 함께할 일을 찾았다면 이제는 순서가 달라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정한 뒤, 그것을 함께할 사람을 찾는다.

‘같이할 사람’ 찾아주는 서비스도 생겼다

변화는 숫자에서도 보인다. 당근이 올해 상반기 집계한 ‘당근모임’의 월간활성이용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모임 수는 전년 동기보다 74%, 가입자는 128% 증가했다. 이용자의 23%는 50대, 8%는 60대 이상이었다. 50대 이상이 전체의 31%를 차지한다.

▲2026년 상반기 당근 커뮤니티 결산(당근)
▲2026년 상반기 당근 커뮤니티 결산(당근)

모임의 주제도 동네 걷기부터 등산, 독서, 악기, 사진, 외국어까지 다양하다. 같은 학교를 나왔는지, 같은 직장을 다녔는지보다 지금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가 사람을 묶는다.

이런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도 생기고 있다. 5060 소셜 플랫폼 시놀은 지난 7월 또래 회원들과 함께 떠나는 ‘모임형 여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혼자 신청해도 취향과 연령대가 비슷한 회원들로 팀을 꾸려 여행하는 방식이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함께 갈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이용자 요구에서 출발했다. 여행 이후에도 참가자들이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모임을 연계한다.

한국리서치의 ‘2026년 새해맞이와 계획’ 조사에서도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70세 이상이 올해 목표로 꼽은 항목 가운데 새로운 경험은 52%, 취미·여가생활 확대는 51%, 친구·동료 등 인간관계는 43%였다. 자산관리·재테크 29%보다 높았다. 60대 역시 새로운 경험 41%, 취미·여가 확대 40%, 인간관계 30%로 나타났다.

건강과 돈을 챙기는 것에 더해 앞으로 무엇을 해볼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도 노후생활의 중요한 관심사가 된 셈이다.

부모의 새 모임, 외로움의 신호만은 아니다/font>

요즘 부모가 동창회에도 시큰둥해하고, 고향 친구들과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하면 “이제는 재미없다”고 말한다면, 자녀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드리고 싶다가도 마음 한편이 걸린다. 괜히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모임에 나갔다가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상처받거나 피해를 입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부모가 오래된 모임에 흥미를 잃었다고 해서 사람 자체가 싫어진 것은 아닐 수 있다. 동창과는 옛이야기를 나누고, 동네 친구와는 걷고, 여행이나 공부는 취향이 맞는 새로운 사람과 하는 식으로 관계의 쓰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낯선 관계인만큼 안전과 금전 문제를 살피는 일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모임을 찾는 행동까지 부정적인 신호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사람을 만나고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자연스럽고 건강한 사회생활의 모습일 수 있다.

이때 자녀가 할 일도 거창하지 않다. 부모에게 무작정 “나가서 친구를 좀 만나라”고 권하기보다 요즘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부터 물어보는 것이다. 관심 있는 모임이 생기면 운영 주체와 참가비, 장소 등을 함께 확인하고 온라인 신청이 어렵다면 그 과정만 거들어줄 수 있다.

대신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는 부모의 몫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다. 첫 모임을 다녀온 뒤에도 “사람들은 괜찮았어요?”보다 “오늘 활동이 재미있었어요?”, “또 가보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낫다. 새로운 모임은 친구 숫자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부모가 지금의 삶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최신뉴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뉴스

브라보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