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슬리 이슈] 부동산 전문가 10인 대상 설문조사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8·3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들은 개편안이 고령층의 노후 자산 형성에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이 60세 이상 고령층의 노후 자산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한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전문가들 “은퇴 후 생활비 마련 부담”
고령층의 특수성인 은퇴와 소득 감소, 장기 보유 등을 이번 세제 개편안이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명, ‘그렇지 않다’는 4명으로 10명 중 7명을 차지했다. ‘그렇다’거나 ‘매우 그렇다’고 평가한 전문가는 없었다.
은퇴 후 부동산을 활용해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고령층에게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매우 부담 증가’가 4명, ‘부담 증가’가 4명으로 10명 중 8명에 달했다.
세제 개편으로 고령층이 가장 많이 고민할 문제로는 ‘세금 부담’이 7명으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거주지 이전’ 2명, ‘매도 시기’ 1명 순이었다.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세목으로는 ‘종합부동산세’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재산세가 2명으로 뒤를 이었다.
상속·증여 전략에도 변화를 예상했다. ‘세제 개편으로 고령층의 상속·증여 전략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매우 크다’가 3명, ‘다소 크다’가 4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10명 중 7명이 변화 가능성을 크게 본 것이다.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이 은퇴, 소득 감소, 장기 보유 등 고령층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 부담뿐 아니라 거주지 이전과 주택 매도 시기, 상속·증여 전략까지 노후 자산관리 전반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냥 오래 살았을 뿐” 고령층 현실과 괴리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주택 하나를 마련해 월세 받아 겨우겨우 생활하고 있는데, 세금을 왕창 올리니 70세 넘은 나 같은 노인들은 살기가 어렵게 되었네요. 노인들을 구제해주세요.” (국민참여입법센터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입법 의견 중)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한 공개 의견이 8500건 넘게 달렸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이 일부 고령층의 반발을 불러온 배경에는 달라진 고령층의 삶과 정책 사이 간극이 자리한다.
정부는 8·3 세제 개편을 통해 세제 혜택의 무게중심을 ‘보유’에서 ‘거주’로 옮겼다. 현재 1세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를 적용해 합산 최대 80%까지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에는 거주공제를 연 6%, 최대 60%로 확대하는 대신 보유공제를 연 2%, 최대 20%로 축소한다. 2029년부터는 보유공제를 없애고 거주공제만 연 8%, 최대 80% 적용한다.

반면 5년 이상 주택을 보유하면 적용하던 세액공제는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로 전환해 2028년부터 거주공제만 적용한다. 세액공제 금액에도 한도가 신설돼 2027년에는 800만 원, 2028년 이후에는 600만 원까지만 공제받을 수 있다.
문제는 고령층의 거주 형태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집에서 오래 거주하는 고령층도 많지만, 자녀의 출산·양육이나 부모 부양 등 가족 돌봄을 위해 기존 주택을 유지한 채 일시적으로 새입자가 돼 거처를 옮기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황혼육아’, ‘노노부양’을 위해 기존 주택을 떠나 생활할 경우 세제상 거주기간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 신설된 만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 양도소득세 특례도 초고령사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년 연속 거주하고 보유기간 중 총 5년 이상 거주한 수도권 1주택을 처분한 뒤 6개월 안에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를 최대 5억 원까지, 2028년에는 30%를 최대 3억 원까지 감면한다. 다만 감면 후 5년 안에 수도권으로 다시 이주하거나 수도권 주택을 취득하는 등의 경우 감면 세액과 이자 상당 가산액을 다시 내야 한다.

현금 자산 갖춘 고령층만 버틸 것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이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은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은퇴로 소득은 줄었지만 장기간 보유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고령층의 경우 집을 계속 보유하자니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가 부담되고, 처분하자니 양도소득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종부세 납부유예제도 등 고령가구를 배려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인 은퇴자의 경우 “부동산 매각이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30억 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를 배려했지만 이는 전 계층에 대한 것으로, 은퇴자에게 특별히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종부세 부담이 증가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거주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면서 한도까지 생기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고령 실거주자에 대한 세제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 없이 자산만 있는 고령 실거주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종부세 납부유예제도도 확대해 당장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고령가구를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진 세무사(세무법인 호산)도 현금흐름이 부족한 은퇴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세무사는 “현금성 자산이나 현금흐름이 있는 은퇴자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처분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시점에는 이미 다주택자 중과 완화가 종료되고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가 적용된 이후여서 큰 양도세를 부담하면서 매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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